삼성전자 탕정 LCD 노동자 투신자살 “피부병·스트레스 힘들어해”
하루에 10~15시간 작업
아버지 “진실규명을” 호소
수원 천안/홍용덕 전진식 기자 ydhong@hani.co.kr
“그때 내려가기 싫어하는 모습이 도살장 끌려가는 모습이었는데….” 지난 11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에서 투신해 숨진 김아무개(25)씨의 아버지(54)는 아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지난해 1월4일 전문대를 나온 아들 김씨가 대기업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 기뻐했던 것도 한때뿐이었다. 액정표시장치(LCD) 컬러필터 생산라인에서 일한 아들은 2~3개월이 지나면서 점점 힘들어했다고 한다. “1~2개월에 한번씩 아들이 인천 집에 오는데, 양말을 벗자 발등에 허물이 벗겨져 있는 거예요. 물어보니 약품 처리 일을 하다보니 그렇다고 하더군요.” 옷을 벗은 아들 몸 곳곳에는 불그스름한 반점들이 생겨났다.
“대기업 들어가기가 어디 쉽냐. 잘 견디라”며 다독이면, 아들은 “제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있습니까”라며 눈물을 뿌렸다. 하루 짧게는 10시간, 길게는 15시간 일했다고 했다. 잠을 자다, 밥을 먹다 불려나가기 일쑤였다는 아들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딴판’이라고 했다.
다행히 지난해 9월 ‘피부과 의사 소견서’를 받아 근무부서를 옮겼지만 아들의 스트레스는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해 11월3일 새벽 3시, 불 켜진 아들 방에 들러 “새벽에 회사 가려면 잠깐 눈을 붙여야지” 했더니, 아들은 “아빠, 도저히 내려갈 수 없어요”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 진단서를 낸 아들은 지난해 11월8일부터 지난 10일까지 휴직했고, 이어 재출근한 지난 11일 오전 6시47분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 13층에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다.
투신 직전, 새벽 4시께 13층에서 투신을 시도했다. 2시간 뒤인 6시께 13층 난간에 올라앉았다가 경비원과 안전요원들에게 발견돼 6층 자신의 방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경비원과 안전요원들이 방을 떠나자마자 13층에 올라가 목숨을 던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이날 오전 5시59분께 ‘엄마 아빠 누나 힘내십시요.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아들이 도대체 어떤 근무환경에서 일했길래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며 울먹였다.
삼성그룹사 해고 노동자인 김갑수(47)씨는 “삼성에서 노동자들이 12시간 이상씩 가혹한 근무조건에 일하다 관리직과 노동자가 자살을 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정작 묻히고 있다”며 “김씨처럼 업무성 스트레스와 직업병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누구에게도 호소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안타깝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등록 : 2011-01-12 오후 08:32:44 기사수정 : 2011-01-13 오후 03: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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