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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

풀로엮은집 강좌 - 제3세계 남성성

by eunic 2008. 12. 24.

왜 연하의 남자와 연상의 여자는 깨질 수밖에 없는가에서부터

왜 남자들은 자기가 나이가 들었음에도 나이가 들었는지 모르는가.

남자들은 자기 몸을 보지 않거든요. 몸이 아니기 때문에.

예를 들면 최근 제 주변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70세된 남성이 30대 여성한테 프로포즈를 했어요.

이 남자 유명한 사람이예요. 할 수도 있죠. 이걸 반대하게 되면 나이주의자가 되니까,

이 사람의 욕망을 무시하면 안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70세된 여성이 30대된 남성에게 프로포즈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잖아요.

드물죠. 아마 정신병원에 처넣을 걸.

제가 이걸 생각해 보니까 친구들끼리 이런 현상이 왜 가능한 거니?.

이 30대 여성이 페미니스트 학자예요. 수다를 떨었는데,

한 친구가 “남자들은 자기 몸을 보지 않잖아, 그래서 자기가 늙었는지 몰라”

늙었거나 못생겼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여자들은 너무 자기 몸을 보잖아요.

여자들이 자기 몸을 보는 관점이 전지적 관점 아니에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몸을 본다고 생각하잖아요.

남자들은 몸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에 이성이나 정신이나 계급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자기 몸이 뚱뚱하거나 못생기거나...

가끔 연애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생각에 ‘여자가 저 몸매이면 절대 연애를 못해’

배가 이렇게 나온다거나 대머리가 까지거나

그렇다면 연애를 못하겠지만 남자들은 몸의 규정성으로부터 초월적인 사람들이죠.

고용차별도 이 문제 때문에 생기기 시작하는 거 아닙니까?

중략....

뉴욕스토리란 영화에 그런 게 기가 막히게 나오던데.

여기에 뉴욕을 대표하는 세 명의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어요.

프란시스 코폴라, 마틴 스콜세지, 우디 알랜 다 뉴욕에서 큰 애들이잖아요.

이 세명이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었으니 얼마나 재밌었겠어요.

이 세가지 스토리가 다 젠더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스토리 중에 하나가 남자 화가가 나와요. 여자 제자가 나와요.

여자 제자는 모델이자 섹스 파트너이자 가정부에요. 이 제자가 다 하는 거예요.

이 여자가 이 남자를 찾아간 건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받기 위한 거예요.

얘는 화가 지망생이니까 워낙 유명한 남자한테 가서 내 그림 어떠냐? 가방을 들고 엄청난 청운을 품고 가는데 이 여자가 얼굴이 예쁘게 생겼으니까 받아줘요. 얘는 맨날 밥하고 섹스해주고 모델해주고 언제 내 그림 코멘트 해주나? 얘가 짬을 내보니까 남자가 나만 공짜로 부려먹지, 그림에 대한 코멘트를 안 해줄 것 같거든.

이 여자애는 실력을 쌓아야 되잖아. 여자들의 삶은 똑같아. 밥 해주고 섹스해주고 모델해주고 틈틈이 그림을 열심히 그려요. 이 여자가 남자한테 “왜 내 그림에 대해서 한마디도 안해줘?” 물어요.

이 여자는 폭발 직전이야. 나는 너를 떠나겠다 이거야, 왜냐 원하는 게 성취가 안되니까.

눈물을 주르르 흘리면서 얘기를 해요. “그렇게 내가 부탁했는데 왜 한번도 내 그림을 봐주지 않아?”

이 상황에서 누가 상처를 받는지 알아요? 이 남자가 이 여자보다 더 상처를 받아요.

남자는 상처 정도가 아냐, 상처와 충격 때문에 제 정신이 아냐,

이 남자는 여자한테 놀랜거야. 너도 화가가 될려고 했니? 그것에 놀란거야.

이런 일 너무 많잖아요. 전 너무 많이 당했거든요.

“화가가 되려고 했니? 너 내 사랑을 받으면 됐지, 왜 내가 나하고 똑같아질려고 그래!”

그러면서 대판 싸우는 거예요. 남자가 드러누워 상처 받아가지고. 왜 상처를 받아요?

노예가 자기랑 똑같이 되려는 것에 상처를 받은 거예요.

중략

정희진 선생님이 풀로엮은집에서 여성학 강좌를 하셨는데

너무 재밌고 좋아서 다 타이핑했다. 손이 느려서 하루에 동영상 하나씩 타이핑했는데

식구들은 그걸 왜 하고 있냐고 했지만,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과 영화들을 메모해놓겠다고 시작하다 다 타이핑하게 됐다.우리 선생님여성학강좌를 나처럼 동영상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에서

조금만 맛보기로 내용 일부를 선보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