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의 눈으로 본 휴먼&디지털]
프란츠 파농의 '민족주의'
매체명 동아일보
작성일 2000-01-31
파농에게.“흑인도 왼쪽에 심장을 갖고 있다.” 나지막한 신음처럼 당신이 뱉은 말입니다. 그 어떤 절규보다 사람을 처연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식민주의의 그 소름끼치는 잔인한 역사가 이 한마디 외침에 압축되어 있더군요.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를 동시에 소외시키는 그 비인간적인 역사 말이예요.
백인들의 인종주의가 교묘하게 심어준 흑인들의 자기 모멸과 열패감이란 정말 얼마나 무서운 자기 안의 적이었는지요. 프랑스의 변두리만 다녀와도 우쭐대고 프랑스인보다 더 완벽하게 불어를 구사해야겠다는 원주민 지식청년들의 강박관념, 불평등한 결합을 감내하면서도 백인 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젊은 처녀들, 마르세유에 도착하자마자 홍등가로 달려가 백인 창녀를 올라타야만 직성이 풀리는 흑인 청년들의 도착적 열등감….
흑인들의 일상과 의식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인종주의의 상처를 그려낸 당신의 글 들은 얼마나 예리한 아픔이었는지요. 식민지 조선인들이 가졌던 ‘엽전의식’이나 19세기 폴란드인들의 민족적 콤플렉스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피부색이 상징하는 신체적 도식 밑에 숨어 있는 식민주의의 역사적 도식을 예리하게 해부한 것만으로도 제3세계의 민중에게 당신이 남긴 지적 유산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그랬습니다. 식민주의가 식민지 검둥이 지식인인 당신에게 강요하는 소외에 대항하는 처절한 싸움이 곧 당신의 삶 자체가 아니었는지요. 물론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이 당신만의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착취와 모멸의 식민주의 체제의 희생물로 소외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위대한 싸움이었습니다.
당신을 읽은지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기억에 생생한 장면이 있습니다. 해방전선에 참가한 알제리 여성들이 필요에 따라 차도르를 집어던지고 맨살을 드러내는 서구식 원피스를 입으면서 겪는 의식의 해방과정 말입니다.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의 그 절절한 만남이 준 감동은 지금도 살 떨리는 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내게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이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폭력은 정녕 아름다웠습니다. 민족해방전선의 폭력투쟁은 알제리의 민중들에게 식민주의가 강요한 소외에서 벗어나 자아를 회복하고 해방의식을 획득하는 계기였습니다.
당신 말대로 탈식민화의 폭력은 분
프란츠 파농의 '민족주의'
매체명 동아일보
작성일 2000-01-31
파농에게.“흑인도 왼쪽에 심장을 갖고 있다.” 나지막한 신음처럼 당신이 뱉은 말입니다. 그 어떤 절규보다 사람을 처연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식민주의의 그 소름끼치는 잔인한 역사가 이 한마디 외침에 압축되어 있더군요. 억압받는 자와 억압하는 자를 동시에 소외시키는 그 비인간적인 역사 말이예요.
백인들의 인종주의가 교묘하게 심어준 흑인들의 자기 모멸과 열패감이란 정말 얼마나 무서운 자기 안의 적이었는지요. 프랑스의 변두리만 다녀와도 우쭐대고 프랑스인보다 더 완벽하게 불어를 구사해야겠다는 원주민 지식청년들의 강박관념, 불평등한 결합을 감내하면서도 백인 남성과의 결혼을 꿈꾸는 젊은 처녀들, 마르세유에 도착하자마자 홍등가로 달려가 백인 창녀를 올라타야만 직성이 풀리는 흑인 청년들의 도착적 열등감….
흑인들의 일상과 의식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인종주의의 상처를 그려낸 당신의 글 들은 얼마나 예리한 아픔이었는지요. 식민지 조선인들이 가졌던 ‘엽전의식’이나 19세기 폴란드인들의 민족적 콤플렉스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피부색이 상징하는 신체적 도식 밑에 숨어 있는 식민주의의 역사적 도식을 예리하게 해부한 것만으로도 제3세계의 민중에게 당신이 남긴 지적 유산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요.
그랬습니다. 식민주의가 식민지 검둥이 지식인인 당신에게 강요하는 소외에 대항하는 처절한 싸움이 곧 당신의 삶 자체가 아니었는지요. 물론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이 당신만의 외로운 싸움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착취와 모멸의 식민주의 체제의 희생물로 소외된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위대한 싸움이었습니다.
당신을 읽은지 이십 여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기억에 생생한 장면이 있습니다. 해방전선에 참가한 알제리 여성들이 필요에 따라 차도르를 집어던지고 맨살을 드러내는 서구식 원피스를 입으면서 겪는 의식의 해방과정 말입니다. 민족해방과 여성해방의 그 절절한 만남이 준 감동은 지금도 살 떨리는 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20대 초반의 내게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이 식민주의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폭력은 정녕 아름다웠습니다. 민족해방전선의 폭력투쟁은 알제리의 민중들에게 식민주의가 강요한 소외에서 벗어나 자아를 회복하고 해방의식을 획득하는 계기였습니다.
당신 말대로 탈식민화의 폭력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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