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품관

도종환 <담쟁이>

by eunic 2005. 2. 24.

담쟁이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명품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시화 <새와 나무>  (0) 2005.02.24
<타나토노트> 불멸과 죽음  (0) 2005.02.24
공지영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0) 2005.02.24
펌/ 사르트르  (0) 2005.02.24
존헐 손끝으로 느끼는 세상 +  (0) 200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