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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욕망을 생각함

by eunic 2007. 4. 18.

책, 기억 속의 오브제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푸른 눈을 가질 수는 없지. 다시 태어나거나 미쳐버리기 전에는.

절대로 푸른 눈을 가질 수 없지. 그래서였나, 피콜라가 미쳐버린 것은.

나는 줄곧 계급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이거나 할 리 없는 것들만 욕망했지.

단지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 없다고 해서 목숨이 위태로울 리 없는 것,

삶이 바뀌거나 붕괴될 리 없는 것, 그런 것만을 욕망해왔지.

어떤 사소함에도 불구하고

영영 다가오지 않을 듯 멀어지는 것만을 나는 진정으로 욕망하지.

욕망은 욕망을 낳고 욕망하는 나를 낳았지.

욕망하는 내 안에는 욕망하는 내가 담겨 있고,

욕망하는 내 안에는 너를 욕망하는 내가 있지.

나의 욕망으로 시작했으나 종내에는 너를 욕망하게 되고 말지.

욕망하는 것들은 알고 있지.

자신이 욕망하는 게 무엇이든 관계없다는 것을.

무엇인가를 욕망한다는 것이 중요할 뿐.

욕망 없는 삶과 그 때문에 새털같이 가벼워진 마음까지 욕망하고,

급기야는 내가 너로부터 욕망되기를 욕망하지.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의 생산성, 마트로시카처럼 복제되고 복제된 욕망.

욕망은 힘겨워하지도 않아.

욕망하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서 간혹 손을 내밀어 더러운 손과 악수했지.

간혹은 숨이 찰 때까지 달렸지.

그렇게 해서 겨우 갖게 되는 순간, 알아차리고 말지.

욕망이란 피콜라의 푸른 눈과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푸른 눈도

한낱 수정체와 망막과 각막으로 이루어진 눈알에 불과하다는 걸.

무게 7그램, 지름 24센티미터에 이르는 자그마한 눈알.

그렇게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져지지 않는 눈알이라는 것을 말이야.

푸른 눈을 가질 수는 있지. 다만 피콜라처럼 미쳐버리면

편혜영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창과와 한양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으로는 [아오이가든]이 있다.



출처 : 현대문학 2007.4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의 줄거리가 궁금하다면?

http://cafe.naver.com/gaury/11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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