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잠수부의 작은 눈
- 이 산
며칠째 달라붙은 눈雪이 기와지붕에 입체로 남는다
얕은 물결을 만든다
그 아래에 누워 나는 매일 밤 어느 바다
따뜻한 해변으로 닿는 파도의 피부
원양어선이 담기는 수심쯤으로 꿈을 밀어 보내는 것이다
아랫집에선 아직 아무 소리가 없다
저녁이 되면 혼자 사는 그 여자는 TV 소리를 크게 키우곤 했다
그 속에서 자란 목소리들 해바라기처럼 달아올라
내 방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기상캐스터는 내일의 날씨를 따라 변덕스러웠고 때로
아나운서의 비장한 음색을 흉내 내며 두꺼운 책의 행간을 쫓아가
는 밤
심해어처럼 그 속을 비집고 다니던 여자는 나를 알지 못했다
우리는 언젠가 설탕을 빌리는 사이가 되고
구석에 앉아 마지막 담배를 나눠 피울 수도 있겠지만
가끔씩 수도꼭지 수압이 낮아질 때면
나는 밸브를 닫아
그녀의 해저에 더 많은 물을 돌려보낸다
이것은 인간의 언어가 낯선 물고기를 위한 대화의 형식이다
아가미처럼 눈을 껌벅이며 오랫동안 물소리를 듣다 잠이 드는 밤
큰 눈을 가진 물고기가 바닥에 몸을 숨긴다
1978년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