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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장전

박제동의 스케치 [나의 소원]

by eunic 2006. 2. 3.

박제동의 스케치 2006. 2. 3

<한겨레 책 지성 섹션에 연재되고 있음>

나의 소원

내 어렸을 적 소원들은 이랬다.

1. 단것을 먹고 싶다. (설탕과자 같은 것을 실컷 먹어 봤으면)

2. 밤이 없으면 좋겠다. (밤이 무서웠다.)

3. 시원한 수박을 먹었으면 좋겠다. (밭에서 딴 수박은 뜨끈뜨끈하다.)

4. 수돗물에 머리 감아 봤으면 (샘물은 비누가 잘 안풀린다.)

5. 마끼(롤 케익)를 먹어 봤으면.

6. 바나나를 먹어 봤으면.

7. 차를 실컷 타 봤으면.

8. 비행기를 만져 봤으면.

9. 새를 잡아 봤으면.

10. 잘 안떨어지는 신발을 신어 봤으면.

11. 질퍽하지 않게 아스팔트만 있었으면.

12. 서울에 가 봤으면.

13. 기와집에서 살아 봤으면.

14. 겨울에도 여름과일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안되겠지.

15. 뜨신 물 찬 물이 나오는 수도는 어렵겠지.

16. 생일에 케익 먹는 것은 동화책에나 나오는 거니까 어렵겠지.

17. 무전기 같은 걸로 서로 이야기 하는 것은 안되겠지.

등등인데 모두가 다 이루어 졌다.

지금은 또 다른 소원이 생기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시골 사랑방에 장작을 때고…



이 기사를 아침에읽으면서

어릴 적 내 소원은 뭐였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행히도 생각나는 소원이 하나도 없다. 이런~

생각.. 생각중..

생각났다!! --;

내 어릴 적 소원들은낭만이 아니라 가난을 되새김질하는

것들 뿐이다.

잊으야지.. 괜히 생각했어..

그래도마음은 참 따뜻해졌다.

애였을 때나 어른이었을 때나 다를 바 없는

참으로 소박한 박 화백의 소원 리스트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