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화씨가 한겨레에 <마주보기> 라는 코너를 하면서
심상정민노당의원을 만나서..
"우리 사회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 또한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있는 자, 배부른 자의 시선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그런데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가치가 전도돼 있는 사회 아닙니까.
예컨대 집단이기주의란 것도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집단이기주의라고 말합니까.
국민, 국민 하는데 다수의 국민이 누굽니까.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이 아닌가요.
우리 사회는 기득권과 생존권도 구별하지 못합니다.
말씀하시는 뜻은 알겠지만 그런 용어로서는
해법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진보진영 내부에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면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사회전체적으로 볼 때는...
홍=저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가
자신의 사회경제적 정체성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사회경제적 정체성에 맞는 의식을 갖도록 할 것인지…,
제가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물신 숭배입니다.
비판적 안목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조차도
물신지배의 일상에 젖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요.
사회구 봇便湧?기업이 잘돼야만 자기의 삶도 나아진다고 생각하죠.
대선자금 수사도 기업을 많이 건드리지 않았으면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을 보면 나라걱정=경제살리기,
경제살리기=기업살리기라는 등식이 성립됩니다.
물신지배가 일상화돼 의식까지 오염시킨 상황에서
인간해방, 노동해방이라는 구호를 가지고 어떻게
그런 가치관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대단히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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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좀 개인적일 수도 있는 질문을 할게요.
20여년간 노동운동하면서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이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유를 뭣으로 보십니까.
현실사회주의권이 무너진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심=그분들의 세계관과 운동에 대한 생각과 관련이 있다고 봐요.
자기 자신의 진로와 전망으로 운동을 봤던 것이 아니냐는 거죠.
사회주의권이 무너져 떠난 것은 핑계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전부터 ‘운동에 전망이 있는 거냐’며 고민했었던 거지요.
‘우리가 예정되어 있는 주류가 아니고 평생을 비주류로,
음지에서 살아야 된다’는 두려움, 그런 것들이 흔들리게 했을 것입니다.
마음만 고쳐먹으면 주류로 편입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이념이란 젊은 시절의 객기일 수 있는 일입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한다면 저는 그분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진보적 이념은 민중과의 결합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진보진영의 활동가들이 반면교사로 삼아 부단한 실천과 검증을 통해
스스로를 다져나가야 하겠지요.
기사 발췌 ‘노무현 개혁’ 어디로 가나② 심상정 민노당 중앙위원과의 대담 |
[한겨레 2003-11-18 1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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