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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장전

모던 한복 세계가 반하다

by eunic 2005. 4. 18.

모던 한복 세계가 반하다
日패션쇼 초청 디자이너 배영진씨의 ‘꼬세르’

“일본의 한류열풍이 패션으로 이어지기 바랍니다. 마침 한복의 자태가 고운 우리영화 ‘스캔들’이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어 패션쇼를 통해 일본사회가 한국옷을 새롭게 주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모시 명주등 전통 한복의 소재와 이미지로 기품있는 우리옷을 발표해온 서울 인사동 ‘꼬세르’(Coser)의 디자이너 배영진(48)씨가 일본 왕실의 여름휴양지에서 패션쇼를 갖는다. 배씨는 12일 오후4~7시 일본 도쿄(東京)에서 고속철로 1시간거리인 나스(那須)의 최고급숙소인 니키클럽에서 ‘대륙으로부터 불어오는 실크의 속삭임-배영진의 미세계’패션쇼를 마련한다. 일본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제1의 호텔이 세계적 명품인 카르티에, 고메, 크리스찬 디오르에 이어 네번째로 초청한 패션쇼의 주인공이 꼬세르, 한국이미지의 의상이다.

배씨는 “일반의상이 아닌 한복이미지의 이브닝드레스도 일본쇼에서 호평을 얻기 기대한다”고 밝혔다. 발표작품들은 속이 훤히 비치는 빳빳한 감촉의 생명주, 전통양단, 실오라기가 비죽비죽 드러나는 모시실크등 고급국산소재이며, 색동옷 조각보 목단이나 박쥐같은 전통문양을 활용한 52점의 이브닝드레스. 일본 패션쇼에는 김태연 장윤주씨등 모델 9명을 포함해 30여명의 스태프가 참여한다.

◈99년 영국 여왕이 방문한 인사동 우리옷집

꼬세르의 특징은 결혼 환갑같은 특별한 날의 예복으로가 아니라 생활에서 자연스럽고 품위있게 입을 수 있는 전통한복의 소재와 이미지를 활용한 디자인. ‘한국적이면서도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해온 배씨의 디자인관을 담은, 요즘말로 퓨전패션이다. 전통도 아니고 그렇다고 개량한복도 아닌 틈새시장을 파고든 디자이너의 전략은 외국인들에게도 호평을 얻고

있다. <위 사진은 색동무늬를 형상화한 흰명주 소재의 이브닝 드레스를 일본 쇼에 앞서 둘째딸 시정(왼쪽)씨에게 입혀보고 있는 배영진씨.>

건평 23평 규모의 크지않은 인사동 옷집 ‘꼬세르’가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지난 99년4월 영국 엘리자베스여왕 한국방문 때였다. 당시 3박4일 일정으로 내한한 영 여왕이 인사동나들이때 영국대사관측에서 한국미를 대표하는 옷집으로 선정한 ‘꼬세르’에 들러 예정된 4분을 지나 14분동안 머물면서, 옷집 ’꼬세르’와 디자이너 배씨는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2000년 김수현 원작의 TV드라마 ‘불꽃’(주연 이영애 이경영 차인표)에서, 고급스러운 소재와 간결한 이미지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던 재벌가 부인역의 강부자패션이 바로 꼬세르였다.

◈96년초 첫 작품이 흰 누비저고리-검정 양단치마

사실 그는 바느질전문의 한복인도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패션디자이너출신도 아니다. 옷을 시작한 지 이제 10년째의 길지 않은 경력. 동국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나 결혼후 작품활동을 접고 조각가 남편 배삼식씨와 함께 스페인유학을 감행, 89~92년 바르셀로나에서 살던 그는 93년 귀국후 가계를 돕기 위해 화랑대신 구두가게를 낸 게 시작이었다.

수입구두가게를 운영하며 그는 한복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최고의 바느질전문가를 수소문해 밤새워 바느질 일을 배우고 천연염색도 익혔다. 첫 작품은 흰누비저고리와 서양식 랩스커트같은 검정양단치마, ‘한국적이면서 모던한’옷이었다.

당시 그는 똑같은 옷 세벌을 세 사람에게 입혀 반응을 살폈다. 첫 모델은 구두가게 단골로 새해 첫날 TV프로그램에 출연한 탤런트 고두심씨, 그리고 박물관에 근무하는 지인과 전업주부인 친정언니였다. 시험적으로 모델 3명에게 입혔던 첫 작품은 100여벌의 주문을 받는 대히트. 용기를 얻어 96년 그는 스페인어로 ‘바느질한다’라는 뜻의 ‘꼬세르’상호로 인사동에 옷집을 차렸다. 그후 패션계통에 아는 사람이라곤 없던 그지만 쇼윈도의 옷이 좋다며 찾아들어온 고객의 입소문을 타면서 영 여왕까지 방문하게 됐던 것.

◈외국인도 좋아하는 한복 소재와 이미지의 현대옷

건평 23평 규모의 크지않은 매장에는 유난히 외국인의 출입이 잦다. 지난 4일 오전 사진촬영때도 꼬세르의 흰모시저고리와 검정바지 차림으로 매장을 들어선 금발의 중년여성은 질 게멜 미국 스탠더드차터드은행 대표 부인. 남편의 새 임지인 하노이행에 앞서 이한인사차 들른 그는 “10여년 한국생활중 인사동거리를 걷다가 쇼윈도 옷이 마음에 들어 단골이 됐다”며 “내 소개로 이곳을 찾은 미국대사관 사람이 꽤 된다”고 밝혔다.

한국을 찾은 일본인관광객은 물론, 유명브랜드 프라다 에트로의 디자이너도 인사동거리에서 눈에 띈 꼬세르에 들러 옷을 구입하는등 고객중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편. 그는 지난 2002년12월부터 2개월여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광주출신 화가 황영성씨의 그림과 함께 아트웨어패션쇼도 열었다.

문화가 지인으로는 후배인 푸드코디네이터 오정미씨의 책을 계기로 알게된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사장, 미술기획자출신인 이화익 이화익갤러리대표를 비롯, 동갑내기 디자이너 조은숙씨와도 절친한 사이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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