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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미니마 모랄리아/ 테오도어 아도르노

by eunic 2005. 4. 4.


△ 미니마 모랄리아 테오도어 아도르노 지음·김유동 옮김 길 펴냄·2만원

자본의 꿀물에 취한 삶에 저항하라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여전히 시를 쓸 수 있는가’라는 (아도르노의) 질문은, ‘수영장의 안락의자에 누워 아도르노를 읽는 것을 참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리를 내준다.” 문화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이 쓴 이 말은 테오도어 아도르노(1903~1969)의 글들이 안온함에 중독된 현대인들을 가혹하게 찌르는 불편의 언어임을 암시한다.

<미니마 모랄리아>는 2차대전 말기 미국 망명 중에 쓴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친구 막스 호르크하이머와 함께 쓴 <계몽의 변증법>의 후속작이자 그 주제의 헐거운 변주라고도 할 수 있다. 153편의 에세이들은 결혼·사랑·이혼·노동·주거·문화·산업·지식 따위 온갖 주제들을 자유롭게 건드린다. 형식은 가볍지만 내용은 한없이 무겁다. 자본주의 체제의 부속물로 전락해 삶의 본디 모습을 잃어버리고도 거기에 의문을 던지지 않는 이 파편화한 인간 현실을 그는 본다. 수단이 목적으로 뒤집힌 세상, 그 세상에서 자본이 주는 꿀물에 취해 사는 하루살이 인생, 이 참혹한 세계에서 아도르노는 ‘순응’이 아닌 ‘저항’의 방식으로 ‘최소한의 도덕’(미니마 모랄리아)을 고민하는 글을 쓰는 것이다. 고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