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통문명 모리오카 마사히로 지음, 이창익·조성윤 옮김 모멘토 펴냄·1만8000원 | ||
모리오카는 현대문명이 ‘신체의 욕망’에 충실히 따르며 이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찾으며, 이렇게 얻은 쾌락과 기득권을 계속 유지하려고 틈새만 보이면 확대증식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안락함과 쾌락을 추구하는 ‘신체의 욕망’ 때문인데, 이 신체의 욕망이 인간에게 내재된 ‘생명의 기쁨’을 제거하게 된다고 한다.
‘생명의 기쁨’은 불가피한 고통을 인간이 스스로 바꾸어 나갈 때 생기는 기쁨을 말한다.
모리오카는 이처럼 고통을 없애는 데만 노력해온 결과 현재 인류는 혼수상태에 빠져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중환자실에 누운 환자의 특징은 마치 가축처럼 사는 점이다. 빛과 온도가 인공적으로 조절되는 좁은 우리에 갇혀 사는 가축처럼 인간도 인공화된 도시 속에서 자연과 떨어져 살아가고 있고,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는 가축처럼 돈만 있으면 자동공급되는 식품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번식이 관리되는 가축처럼 인간도 스스로 인공수정이나 불임수술을 통해 생식에 개입하고 있으며 우생학으로 품종을 개량하려는 점도 가축과 흡사한 부분이다.
곧 인간은 스스로를 ‘자기가축화’하고 있으며, 그 결과 곱슬머리가 늘고 추간판뼈의 수가 변하는 등 야생동물에게는 없고 가축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이미 인간에게도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리오카는 바로 이 ‘자기가축화’는 그 다음 단계인 ‘무통문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신체의 욕망이 생명의 기쁨을 빼앗는 구조가 시스템으로 정비되어 있고, 쾌락과 자극, 쾌적함을 만들어내는 장치가 그물처럼 정비된 문명이 바로 무통문명이다.
이 무통문명 내부에서 자기를 붕괴시킬지 모르는 진짜 고통은 제거되거나 내면화되고, 결국 인간은 신체의 욕망의 함정에 빠져 생명력을 잃어가게 된다고 지은이는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 무통문명이 존재하는 고통을 없애는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고통도 미리 말소해 예방해버리며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공격을 스스로 치유하는 방어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강력한 무통문명을 극복하는 법은 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나사못 풀듯 하나하나 해체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은이는 역설한다.
개개인 하나하나가 신체의 욕망을 해체하는 것이 해결방안이란 것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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