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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전선기자 정문태 : 타인의 고통 속에서 찾은 믿음

by eunic 2005. 3. 29.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 정문태 (지은이) /

한겨레신문사/ 2004년




종군기자와 전선기자의 차이


처음엔 그저 "정문태 선생"이라고 하자. 내가 처음 그를 불렀던 호칭이 그러했으니 리뷰를 올린다 하더라도 역시 처음 불렀던 호칭 "선생"을 빼는 것도 이상할 듯 싶다. 나는 그와 몇 년 전 전화통화로 그리고, 이 메일을 통해 만난 적이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지면에 특집으로 "전쟁없는 21세기를 위하여"를 기획하며 그의 글을 싣고자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의 사진들과 그에 담긴 사연을 글로 적는 일종의 "포토에세이" 형태의 글로 급하게 전환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정문태 선생의 깐깐함이랄까, 고집스러움이라는 일종의 자기 검열 덕에 일하기는 힘들었지만 마음은 한껏 고양되는 경험을 했다. "포토에세이"라 하면 자동 연상되는 사진작가는 유진 스미스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유진 스미스는 매우 고집불통의 사내였고, 종종 자신을 고용한 언론사들과 마찰을 일으켰다. 그는 알프레드 슈바이처를 취재한 사진을 놓고 "라이프" 편집진과 불화를 일으켜 결국 "라이프"와의 계약을 파기(다른 말로 '쫓겨나는')하기도 했다.

사진이란 기껏해야 하나의 나지막한 목소리일 뿐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또는 여러 장의 사진이 이루는 전체적인 조화가 우리의 감각을 유혹하여 지각으로 매개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이 모든 것은 바라보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어떤 사진들은 그것들이 사색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우리들 중의 많은 사람들에게 이성의 소리를 듣게 만들고, 이성을 올바른 길로 이끌며, 때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찾아내도록 인도해 갈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은 아마도 생활방식이 그들에게 낯설어 보이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 많은 이해와 연민을 느낄 것이다. 사진은 하나의 작은 목소리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진은 잘 구성하기만 하면 그 소리를 들려줄 수가 있다. - 유진 스미스

우리에게 익숙한 "종군기자"란 표현 대신 정문태는 "전선기자"라는 신조어를 대체어로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한 정문태의 정의는 "종군"이란 말은 군대에 종속된, 군을 따르는 존재를 의미하고, 이는 다시 "복종한다" 거나 "거역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니므로 의미이므로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생명으로 삼아야 할 기자가 영원히 군대에 복속당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어 하나에도 집착하는 그의 이런 고집스러움과 자기 검열 과정이 지금의 정문태를 있게 한다. "전선기자 정문태!" 그것이 이 책의 제목이라면 이 책의 부제는 "전쟁 취재 16년의 기록"이 될 것이다. 개정 헌법에 의해 우리나라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제로 규정되었으니 그가 전선을 누빈 16년 성상(星霜)에 대통령이 세 번 이상 교체되었다. 노태우에서 김영삼, 김대중을 거쳐 노무현에 이르는 시간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 격변의 시간이었다.

정문태가 경험한 20세기의 전쟁, 학살, 분쟁

20세기의 전쟁사를 나는 시기적으로, 역사적인 의미에서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하나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하나로 묶어 파악한다. 제1차 세계대전의 주전장은 유럽이었고, 이 기간동안 유럽은 그야말로 한 세대가 전멸해버리는 전쟁을 체험한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기를 거쳐 인류는 다시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른다. 혹자에 따라 이에 대한 평가나 규정이 다를 수 있겠으나 나는 이 두 번의 세계대전은 크게 보아 하나의 전쟁으로 생각한다. 잠시 휴식기를 거쳤을 뿐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는 뒤이어 벌어질 전쟁을 예비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원인이 소멸되지 않았을 뿐더러 전후 처리 과정에서 다음 전쟁을 위한 뇌관을 고스란히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세기 인류사에서 벌어진 세계대전은 1914년 7월 28일에 벌어져 1945년 8월 15일에 끝난 30년 전쟁이었다. 세계대전의 원인은 유럽 중심의 세계통합 과정에서 소외된 신흥공업국들과 왕조 중심의 유럽 정치 질서의 붕괴라는 과도기 속에 자각하기 시작한 민족주의 의식이 맞붙으면서 세계대전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자체의 식민지라 할 수 있는 라틴 아메리카에 대한 유럽의 간섭을 배제하며 힘을 축적해왔고, 유럽 내부의 충돌로 말미암은 몰락과정에서 유럽이 차지하고 있던 세계패권을 차지한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오랫동안 간접적으로 혹은 직접적이라 할지라도 힘의 일정한 비축을 전제로 한 참여를 통해 유럽의 질서를 조율해 오던 대영제국이 세계대전에 직접 참여하고, 전력투구한 결과 유럽 중심의 세계질서는 급격히 붕괴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이런 힘의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