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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만화가 한혜연 인터뷰

by eunic 2005. 3. 2.

[인터뷰] 만화가 한혜연

◆ profile

69년생 3월 4일(물고기 자리라는 계산을 열심히), o형
1993년 마네킹으로 터치에서 데뷔. (가작)
신사미인곡 (터치),
HEART 시리즈 (마인),
아담과 이브, ILLUSION 시리즈 (화이트) 등.
( 단행본이 없어서 지금까지의 작품 목록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음.
따라서 한혜연님께 직접 사실을 확인하느라 '취조' 분위기를 조성)

"미스터리물에 관심이 있어요. 미스터리물은 탄탄한 이야기구조랑 앞뒤가 딱딱 맞는 논리적 정합성도 필요하지만, 작품 전체에 흐르는 심리변화와 반전이 잘 묘사돼야 독자의 정서에 울림을 줄 수 있죠."

『씨네21』 1995년 8월 15일자. "개성 만점 상상력 무한대 - 공주병에 냉담한 순정만화계 신세대 4인방"이라는 기사에 실린 한혜연씨의 인터뷰 내용이다. 논리정연한 대답과 사진의 당돌해 보이는 표정… 우린 속았던 거야… -_-;;;

노량진역으로부터 한혜연 선생님 댁까지 이르는 길은 험난했다. "육교 건너면 바로"라는 지시에 따라 열심히 걷다가, 동네 빵집에서 케익을 사 들고 아파트 입구의 골목길에 다다랐다. 때마침 커다란 트럭이 버티고 서 있어서, 남부럽지 않은 몸매를 지닌 3명-장하경(nannar), 신우미(LunarSea), 노수인(뭉실이)-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양 옆으로 붙어서 빠져나가야 했다. 그리고 곧바로 마주친 것은 '살 빠지는 데는 도움 안되고 다리만 두꺼워질' 깎아지른 언덕길… 평소 운동부족인 우리들은 숨을 헐떡이며 오랜만에 등산을 했다. 정상(?)에 다다르니 63빌딩과 한강이 보였다. 경치 좋고~!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리자 긴장하며 서로 먼저 들어가라고 떼밀던 우리들을 제일 먼저 반겨준 것은 한혜연님의 애견 '토토.' 토토가 일일이 낯선 방문객의 냄새를 확인한 후에야 집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함께 우리를 맞이한 진수경님('천시우'라는 예명으로 작품 활동하심)의 "누가 한혜연이게요?"라는 썰렁한 질문에 영특한 우린 모두 "이 분이요"라면서 진짜(?)를 가리켰다.

인터뷰 장소인 방으로 들어서자 ***조각(기억 안 남)의 퍼즐을 짜 맞춘 시원한 그림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일(역시 기억 안 남) 걸쳐 완성한 초대형 퍼즐을 보면서, 혜연님의 인내와 끈기에 잠시 경의를 표하고… 상다리가 휘어지게 내온 음식들(손수 만드신 샌드위치, 바나나, 방울 토마토, 우리가 사온 케익… 그리고 각자의 취향대로 고른 음료 - 커피, 홍차, 녹차 ^_^;)에 군침을 흘리다가… 각자 소개를 하고,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염불(인터뷰)보다 젯밥(음식)에 더 관심이 있는 건 우리뿐이 아니었다. 토토가 혹시나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하며 계속해서 그 큰 덩치로 주변을 맴돌았다.)

머리를 틀어 올리고 시원해 보이는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은 한혜연님은, 입구쪽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아마 언제든지 도망치고 싶으셨을 듯…) 불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주시하셨다. 사진에서보다 가녀린 모습에, 수줍어하는 태도… 섬찟한 미스테리물을 주로 다루는 작가의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대부분의 말은 한 단어 혹은 한 문장(複文이 아니라 短文 ^_^)으로 끝내셨고, 대답이 막힐 때마다 음식만 차려주고 옆방으로 내뺀 수경님을 그리워하며 "쟤가 내 대변인인데…"를 수 차례 중얼거리셨다. 사실 듣는 건 좋아하는데, 말 안하고 가만있으니까 사람들이 '이상한 인간'이나 '거만한 인간'으로 취급한단다. 그래서 '대변인'이 필요한 거겠지만… 『씨네21』에서 인터뷰 왔을 때는 어떻게 했냐니까, 수경님이 대신했단다. 오랫동안 함께 생활한 덕에 두 분은 '한心=진心'이다. 지금은 따로 살고 있다.

한혜연님의 보금자리는 무척 정갈한 느낌을 준다. 만화가의 집이라면 원고와 톤이 강아지(고양이) 털과 섞여 날아다니고, 군데군데 잉크 얼룩도 진 아수라장(^^;)을 상상했지만, 그곳은 구석구석 혜연님의 깔끔한 손길이 뻗쳐 있었다. 『CeCi』의 인테리어 코너에 나온 적도 있다는데(같이 호주여행 갔던 사람이 『CeCi』와 관련 있었다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 이후 옮긴 곳이다. 생활은 독립적이지만, 부모님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만화가로 데뷔할 때도 "전혀" 반대가 없으셨단다.

자, 여기서 잠시 만화가 '한혜연'이 탄생할 때까지의 인생역정(?)을 돌아보겠다. 혜연님은 5녀 1남 중 넷째 딸이다. 위로 언니 셋, 밑으로 여동생, 남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서 공상 많이 했냐?"는 질문에 "지금도 해요"라고 대답하는 한혜연님은 만화로 글을 깨우친 전형적인 만화소녀. 형제가 다복한 집에 만화 책도 많아서 국민학교 때부터 많이 보고, 그렸다. 그당시 혜연님이 즐겨 읽던 잡지가 『소년중앙』. 순간, 어린이 잡지를 가득 채우던 미스테리/호러물들이 떠오르면서, 혜연님 작품과의 묘한 동질감을 포착할 수 있었다. 신우미님은 그 점이지대를 "왠지 밝은 것 같으면서도 어린이들을 어둡게 만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중·고등학교 때도 만화를 계속 그렸다. 자율학습 시간에도 그렸고. (찔리는 사람 많지, 아마?) 하지만 미술을 직접 배운 적은 없다. 그리고.. "친구 따라 이과에 갔다." 대학에서 선택한 전공은 생물학. "전공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죠. 특별히 어떤 걸 전공하고 싶다는 건 없었는데, 생물학 자체는… 해부하는 것만 좋아했어요. 개구리, 해삼, 멍게, 닭, 토끼…" 중학교 때도 생물반에서 해부를 많이 했다. 어느 잡지엔가 실렸던 에피소드 - '쥐를 가장 고통 없이 죽이는 법'에 통달했던 혜연님이 실험용 쥐들을 모조리 극락으로 보냈던 추억담… --; 우미님이 시체의 머리를 푹푹 삶아서 해골 만드는 이야기를 하니까 "재미있겠다"며 좋아하셨다.

해부도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져서, 처음에는 해부 시간 후엔 밥을 못 먹었는데 점차 해부하면서 간식도 먹게 되었다고 한다. 토끼의 냄새가 가장 끔찍했고, 닭이 속을 열어보면 참 지저분한 동물이라 한번 해부하고 나면 한동안 못먹는단다. 하지만, 해부를 좋아하시는 한 선생님은 지금도 닭 요리를 할 때면 이것은 대장, 이것은 심장, 하면서 준비를 하신다고. ^^; 생물학을 전공한 것이 만화 그리는 데도 도움이 되었는지를 묻자, "유전학 등은 도움이 되었죠. 학문 자체에서 영감을 얻는다기 보다는 학문에 나타난 특정 용어들… 그게 모티브가 되서 느낌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 옛날에 『터치』에 실렸던 「비슈」의 경우 '투구꽃' 같은 식물을 보는 순간 생각이 떠올라서 그린 거죠. 만화로 연마한 '점찍기' 실력 덕분에 전공에서 (해부한 것) 정밀묘사는 항상 A+였죠."

대학 1학년 때부터 휴학할 때까지 '운동권'이었던 한혜연님은 2년 일찍 학교를 들어간 덕에 잡혀가도 주민등록증을 보여주면 '날나리 고등학생'으로 알고 풀려났단다. 가투가 있을 때는 과방에 '위장'용 화장품이 돌았다는데… "하지만 별 소용 없었죠. 화장 안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했으니 얼마나 티가 났겠습니까?" '블래스트'라는 아마추어 만화 동아리에서 1년 반 정도 활동했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지 2년 후에 데뷔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학점이 나빠 취직도 안되고, 취직할 곳도 없었기 때문이라는데… (역시 찔리는 사람 여럿 있지…?)

한혜연님은 만화가로서 이대에서 직업 설명회를 가진 적도 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 지도 모르겠어요. 또 부른다고 해도 갈 생각은 별로 없고요. 그냥 내가 해 왔던 과정들을 이야기했죠." 만화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줄 조언 역시 "없다." 그냥 보편 타당한 걸로.. 책을 많이 읽으라든가, 그림 연습도 열심히 해야 한다던가, 할 순 있지만… 그는 '수입'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만화가라는 직업에 대해 모든 면에 있어서 만족도, 불만족도 없다. "타인에게 권하고 그러는 건 없어요. 완전히 자유방임형이죠. 집안에서도 5녀 1남이 완전히 자유방임형으로 자랐죠." 아마츄어 Y물 돌풍에 대해 한 마디를 부탁하자, 역시 "자유방임이라…"

'자유방임형' 작가 한혜연님은 작업에 임할 땐 매우 철저한 듯하다. 하루 스케쥴도 정상인(?)에 가깝다. 그날은 여섯시 기상해서 신문 보고, "먼지 닦기가 귀찮아서" 유리까지 닦아 놨다고 한다. (단, 기상은 일정치가 않다. 마감 땐 야행성 생활을 하고, 하루에 18시간씩 잘 때도 있다.) 본인은 "콘티 짤 때마다 슬럼프"라지만, 마감을 제대로 꼬박꼬박 지키는 작가로 유명하다. 짧은 호흡에 완전한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는 단편을 매달 연재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 매회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낸다. "아이디어는 아무데서나 얻어요. 안 풀릴 땐 유전학 책의 목차를 보다가 느낌이 좋은 것들을 택하기도 해요. 스토리 짜놓은 것도 여러 개에요. 어떤 때는 콘티가 잘 짜여질 때가 있거든요."

여러 개가 있더라도 이번에는 전개에 감이 오면 이걸 하고, 다음에는 다른 게 마음에 들면 다른 걸 하고, 이거 하다 저거 하다 딴게 하고 싶다가… 이것도 저것도 마음에 안들면 골머리를 앓다가… 막상 마감 때가 되면 정말 스토리가 없단다. 마감 잘 지키기로 유명한 혜연님에게도 위기가 한 번 있었다. 마감 직전까지 스토리가 영 안풀려서 포기하고 동대문 시장에 옷을 사러 갔는데, 상가 신문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으로 이야기가 풀렸다. 그래서 탄생한 이야기가 '샴 쌍둥이'에 대한 ILLUSION 시리즈이다. 기억하는 분들은 지금도 마지막 반전의 섬찟한 전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충격적인 단편 「어떤 증거」는, 집 앞에서 싸움이 났는데 여자가 남자의 손가락을 물어서 잘린 걸 보고 "어, 손가락이 생각보다 쉽게 잘리나 봐" 하면서 그리게 되었다.

한혜연님은 드물게 극화와 명랑체를 동시에 석권(?)한 순정만화가이다. 외유내강 미인이와 내유외강 미남이 남매… 터치에 연재하던 「신사미인곡」은 잡지가 망하는 바람에 끝냈다고 한다. 그래도 다시 시작할 마음은 없다. 송강의 사미인곡과는 전혀 관련이 없단다. 이어서 시작한 명랑물이 「아담과 이브」. 국내 최초의 영어 자막(?) 만화였다. 처음에는 혜연님이 직접 영작을 했는데, 그리는 것보다 영작 시간이 더 많이 걸려 친구한테도 떠 넘겼다. 어쨌든, 「아담과 이브」는 영어에 의한 '학습효과'보다는 '유머효과'가 더 많았던 듯하다.

그 이후 혜연님은 주로 극화체로 HEART 시리즈, ILLUSION 시리즈 등 단편이지만 결코 떨어져 있지 않은 일련의 이야기들을 발표하셨다. 현재도 『화이트』에 ILLUSION 시리즈를 연재하시면서, 그 원고들로 단행본을 준비 중이다. 혜연님에겐 최초의 단행본인 셈인데, 인터뷰가 끝나고 작업하시는 방에 가서 ILLUSION의 生원고를 구경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작업방도 무지 깨.끗.했고, 원고 역시 무척 섬세하고 깨.끗.했다!

작업에 쓰시는 도구는 제브라 펜과 만화원고 용지, 델리타 톤이다. 칼라는 피스로 작업하고 있다. 컴퓨터로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아직 할 줄 모른다. 한혜연님은 고유의 그림체를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작가분인데, 그림이 예쁘다는 칭찬에 "거칠고 어설픈데…"라고 말꼬리를 흐리셨다. "탐미적인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그릴 때 '거칠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레이스 그리는 건 너무 "재미있다"고 한다. 일명 '나풀 만화.' 유년에 빼앗겨 버린 생일파티에 대한 복수로 살인을 저지르는 '미미'를 떠올려 보자. 그녀의 풍성한 머리는 「별은 내 가슴에」에 나온 전도연을 보고 "너무 예쁜 머리"라며 따라서 그려본 것. 놀라운 사실은, "이런 머리에 어울릴 이름은 미미밖에 없다"고 붙인 이름인데, 극중 전도연의 예명도 '미미'였다고… --;;;

다음은 혜연님의 작품 특성에 대한 우문현답이다.

Q. 납량물 같기도 하고, 환타지 같기도 한데 염두에 두는 장르가 있는가?
A. 없다.
Q. 그릴 때 무섭지 않나?
A. 그렇지 않다.
Q. 어릴 때의 특별한 기억이 있는지?
A. 없다.
-_-;;;

한혜연님의 작품은 주로 성인지(마인, 화이트)에 실린다. "성인지쪽이 더 좋아요. 내용 면에서 나랑 나이대가 맞고, 실상 보는 사람은 중·고생이라지만 잔인한 게 덜 순화되서 실리니까요." 「당신이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고 싶은 몇 가지 것들」에서 심의에 걸린 적도 있다는데… "다 나가고 난 뒤 기자분이 어디서 경고를 먹었다고 얘기해 줬어요. 경고의 사유는 아직도 몰라요." 곧이어 "아동에게 크리스마스의 환상의 뺏어가는 나쁜 작품!"이 이유였을 거라는 우미님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한혜연님은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한다. "만화를 그려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죠. 10월부터 트리를 그릴 수 있으니까… 트리 그리면서 나 혼자 '야, 크리스마스다!'라고 좋아해요. 이번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다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죠." 그래서인지 가장 좋아하는 작품도 HEART 시리즈의 「그녀들의 크리스마스」. 각각 다른 성격의 친구들이 모여서 각자 다른 사랑을 하는 이야기였다. 혜연님은 이것을 "나름대로의 행복, 나름대로의 불행"이라고 표현한다.

미스테리물은 대부분 외국을 배경으로 했는데… "소재의 폭이 더욱 넓기 때문이죠. 한국은 문화적 특성상 소재의 폭이 줄어들거든요." 반면, HEART 시리즈 같은 러브 스토리는 주로 한국의 현대가 배경이다. 본인의 경험담이 들어있는 건지…? "경험을 왜곡시켜서 집어 넣은 것도 있을 거고… 주변 친구들의 사랑 이야기와 상상했던 사랑 이야기를 섞어서 구성하죠."

미스테리를 주로 다루는 작가답게 "유령을 봤다"는 얘기를 원고 밑에 써놓아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독립하기 전 집에서 봤어요. 주로 집에 혼자 있을 때였죠. 수업이 오후에 있던 날 오전에 봤는데…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화장실 가면서 어두운 방에 있는 것을 보았죠. 분명히 있어서는 안될 곳에 '뿌옇고' '빈 것 같은' 사람이 있었어요. 또 한 번은, 방에서 자고 있는데 방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온 적도 있죠. 그래서 셋째 언니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다는 거에요." 꺄아악~~~~~~~!

귀신이니 유령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HEART TWO에서 다뤘던 '분신사마'이다. 해보셨냐는 물음에… "예. 학력고사 몇 점 맞겠냐? 를 물었는데 맞았어요. (또 한 번, 꺄아악~~~!) 고등학교 때 반 애들 전부가 다 해서 당시엔 믿었죠." 분신사마는 일본에서 건너온 주술이다. 필기구를 손으로 잡고 주문을 외면, 귀신이 와서 묻는 말에 대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HEART TWO는 한 때 영화 「온리 유」의 표절이라는 논쟁도 일으켰는데… "안 봤어요. 여러 명이 얘기해서 한 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잊어버렸네." 역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한혜연님은 만화를 거의 보지 않는다. "만화는 자신의 세계 안에서 이루어 지기 때문"이다. 대학교 2학년 땐 책을 많이 읽었다. "그 때 계절학기를 들으면서 오후에 많이 읽었죠. 학교 도서관에 있는 추리소설은 거의 읽었어요." 추리소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든 걸까? "추리소설에 나오는 '인간관계'죠. 멜로물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인간관계거든요. 죽일 수밖에 없는 관계, 파헤칠 수밖에 없는 관계…" 추리소설의 틀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는 없다. 아가사 크리스티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혜연님도 광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닥터 스쿠르」이다. 거의 외다시피 읽어서 수경님이랑 '퀴즈 놀이'도 한다. "강민이와 찬우가 동물원에 취직했을 때 먹여 살린 물개 이름은?", "구도자 개 이름은?", "모래쥐를 맡기고 간 선배 이름은?" 등등.. 특별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없다. 태영선배를 좋아하긴 하지만… X-파일, 환상특급도 좋아한다. 특기겸 취미는 '퍼즐 맞추기.' 그래서 작품도 퍼즐을 맞추듯…???

이제 이 지루한 인터뷰도 마무리 단계이다. 조금만 힘을 내서 끝까지 읽어주시길… 다음은 역시 산발적인 '우문'에 대한 '현답'들…

Q. 독자라는 존재를 의식하고 작품하나?
A. 아무 생각없다.
Q. 작품에도 아무 생각 없고, 좋다/싫다 하는 사람도 없을 것 같다.
A. 응.
Q. 팬 레터는 얼마나?
A. 한 원고마다… 한달에 서너통 정도. 쓸말이 없어서 답장 못한다.
Q.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것이 있는가.
A. 없다. 알아서 나름대로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십시오.
Q. 순정만화의 개념은? 본인이 순정 만화가라고 생각하나?
A. 생각없다.
Q. 챔프, 점프에서 섭외 들어오면 연재해 볼 생각 있나?
A. 음…
Q. 여성으로서 사명감이 있는가?
A. 그런 것 없다.
Q. 만화 작업이 의미가 있는가?
A. 의미라기 보다는 그냥 그린다.
Q. 만화가는 대체로 젊다. 감각을 타는 장르라고 생각하는가?
A.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Q. 그렇다면 나이 드셔서 하고 싶은 장르는?
A. 특별히 없다.
^_^;;;

다른 작가에 비해 「마네킹」으로 데뷔한 이후 별다른 굴곡 없이 작가의 길을 걸어온 한혜연님. 그러나 본인은 "매일 때려 치우고 싶다"며 엉뚱하게도 공무원을 동경한다. 그래서 우미님이 '공무원'이라는 소릴 듣고 반색을 하셨다. "공무원은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는 자유시간이잖아요? 만화는 하루종일 노는 것 같으면서도 하루종일 일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미님에게 공무원의 실상(?)을 듣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기에… 한혜연님은 10년 후에도 미스테리물류의 시리즈를 계속 그리고 있을 것이다.

대변인이신 진수경님의 달변 덕분인지, 기자의 뛰어난 작문실력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씨네21』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난 혜연님과의 근사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화라는 매체는요, 글로는 도저히 표현 못할 느낌들의 조합이죠. 잘된 만화가 주는 깊숙한 감정이입의 효과는 어떤 소설로도 표현할 수 없을 거에요."

직접 말로 설명하지 않으면 어떤가. 그에게는 이미 '펜과 종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주어져 있는 걸… 2차원의 평면 위에 펼쳐지는 환각(ILLUSION)의 세계에서 작가 '한.혜.연.'을 직접 대면해 보자!
*** HiTEL '순정만화사랑' 97년 5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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