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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김윤아가 낭독한 '백만번 산 고양이'

by eunic 2005. 3. 1.
한 멋진 얼룩고양이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백만번이나 환생했다.
백만영의 사람들이 고양이를 예뻐했고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고양이는 울지 않았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만을 사랑했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마지막에 고양이는 주인이 없는 도둑고양이로 태어났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오로지 자기 사진만을 돌보고, 뽐내며 돌아다녔다.
여러 암컷 고양이들이 이 고양이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새하얀 고양이만이 이 고양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고양이는 화가 났다.
자기 자신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 하얀 고양이가 얄미웠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난 백만번이나 죽어봤다고!"
새하얀 고양이는 "그러니"하고 무심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고양이는 잠시 말이 없더니
"네 옆에 있어도 되겠니?" 라고 했다.
새하얀 고양이는 "그래"라고 대답했다.
그 둘은 평생 서로만 바라보며 지냈다.
새끼 고양이들도 많이 낳아 행복하게 지냈다.
고양이는 자기 자신보다 하얀고양이와 새끼고양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할머니가 된 새하얀 고양이가 죽고 말았다.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를 껴안고 며칠 밤, 낮을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는 환생하지 않았다.

사노요코의 <백만번 산 고양이>


김윤아가 낭독의 발견에 나왔다.
아주 멋들어진 목소리로 윗 글을 읽어나갔는데
그걸 보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야말로 <백만번 산 고양이> 같다고
자신만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며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에서 아무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노래부르는 모습은 카리스마로 가득찬 아티스트인데
보통 말하는 모습은 예쁘장한 소녀처럼 말하는 두가지 모습을 가진 그녀.
부럽다.
(나도 노래를 부르면 딴 목소리가 나온다는 평을 듣는다.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부르는 모든 노래가
듣는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운 노래로 들린다는 것....)
내가 어떤 책을 좋아하고 또 그속의 어떤 구절을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가진 모습중의 하나이기때문에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김윤아가 <백만번 산 고양이>를 읽은 것도 그런 맥락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