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품관

불안하지? 인간은 원래 그런거야

by eunic 2005. 3. 1.

이 기사를 보고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어졌다.
눈물과 관련된대목은 모텔선인장이라는 소설과 비슷하다.
눈물은 정말로 진실할때 흘러나오는 것일까?

불안하지? 인간은 원래 그런거야
김도언 첫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

소설가 김도언(32)씨가 신춘문예 당선작 두 편을 포함해 4년여 동안 발표한 11편의 단편들을 담은 첫 소설집 <철제계단이 있는 천변풍경>(이룸)을 내놓았다.
소설집은 밀폐된 방 또는 문을 걸어 잠근 집이라는 지극히 연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양상의 잔혹극을 보여준다. 무대의 등장인물들은 욕망의 대상에 집착하면서 동시에 자신은 버림받고 말 것이라는 예감에 시달리는데, 불안감만이 반복 재생되는 그들의 폐쇄회로는 대개 복수나 파멸로 귀결된다.
단편 ‘부주의하게 잠든 밤의 악몽’은 연인에 대한 욕망에 눈이 멀어, 스스로 장님인 체하는 한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자인 ‘나’는 10년 동안의 무명 여배우 생활을 하며 “영혼에 씻을 길 없는, 화농 같은 상처”만 남은 존재다. 자조적인 나날을 보내던 나는 어느날, 자동차 세일즈맨을 그만두고 극단의 견습배우로 합류한 ‘트래비스’를 마주친다.
남자에게서 “왠지 아편 냄새가 날 것만 같아” 가슴 속이 달아오른 ‘나’는 혼자 기거하던 낡은 임대아파트에서 그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트래비스’가 점차 극단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나’는 “불안, 빌어먹을 불안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게 된다. 젊은 애인이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를 붙들고자 거짓으로 시력을 잃었다고 주장하기에 이르지만, ‘트래비스’는 외려 집 안으로까지 다른 여자를 끌어들인다. 남자는 장님 행세를 하는 연인 앞에서 숨을 죽여가며 다른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 그런 광경을 바라보는 ‘내’가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 소설은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변주한 <소년, 소녀를 만나다>와 그 연작소설 형태인 <소년, 여인을 만나다>, ‘오양 비디오’ 사건에서 모티브를 빌렸을 <픽션, 섹스, 비디오> 등 다른 수록작들에서도 집착에, 그리고 그것과 짝을 이루는 불안에 사로잡힌 존재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지독한 불안감에서 벗어날 출구는 없는가. 또 다른 단편 <엠프티 룸스>의 주인공 ‘케이’는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공유한 존재를 발견함으로써 ‘불안의 미로’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운명을 가졌다는 발견, 그 ‘발견’만으로도 숨바꼭질의 술래는 해방되는 까닭이다.
임주환 기자<한겨레>

'명품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무꾼 님 블로그 ''문학에 대해서''  (0) 2005.03.01
기억의 비밀  (0) 2005.03.01
존 레논의 Imagine  (0) 2005.02.24
사표를 설명하기 좋은 말  (0) 2005.02.24
이면우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0) 200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