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여성, “누드가 포커스 아니다” |
| [일다 2004-10-18 06:00] |
“장애여성 누드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싫다. 상업적인 의도로 한 것이 아니었고, 장애여성의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의도뿐이었다.”
소위 “장애여성 누드”로 각종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선희(30, 지체장애1급)씨는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그로 인한 파장이 짐짓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다. 사진이 여기 저기 공개되고 난 후 네티즌들의 욕설과 비방, 오해와 질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섹스하고 싶어 환장했냐, 누드 찍어 돈 받았냐, 왜 장애인들 욕 먹이냐 등등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속상했죠. 정말 그런 뜻은 전혀 없었고, 돈을 벌려고 한 것도 아니고 장애여성으로 평소 제가 고민했던 성의 문제, 장애여성의 몸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출하고 싶었던 겁니다.”
선정적인 언론의 태도 “불쾌”
애초에 이 사진은 장애인인터넷 신문인 에이블뉴스의 장애인의 성(性)을 다룬 칼럼 ‘박지주의 마음, 몸, 그리고 섹스!’의 관련사진으로 게재됐으나, 언론의 집중을 받으며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에이블뉴스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등 세간의 관심이 고조됐다.
이씨는 “사진을 게재한 에이블뉴스가 장애인 문제를 다루는 신문이었고, 또 '장애인 성(sexuality) 향유를 위한 성 아카데미' 기획의도에 동의해 포스터에 사진을 공개한 것인데, 이렇게 일이 크게 번질 줄 몰랐다”며 당황해 했다. 그리고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누드’ 자체에만 포커스를 맞춰 선정성을 부각시키는 언론의 태도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장애여성이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은 여타 여성 연예인들의 누드와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선희씨 당사자에게 이러한 작업은 ‘몸에 대해 긍정을 하기 위한 시도’였다. “아주 개인적인 의미로 시작한 거에요. 내 몸의 상처를 남이 보면 거부감을 느끼겠지, 그런 생각만 하다가 그 상처를 드러내고 보여주고 나니 시원하기도 하고, 한결 편안한 느낌을 갖게 됐어요.”
뿐만 아니라 그는 장애여성이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 받는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속에서 자신도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스킨십도 하는” 성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의도에 공감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같은 장애여성분이 올린 글을 봤는데, 제 사진을 보고 잊었던 생각이 떠올랐다는 의견이었어요. 장애여성들은 스스로도 자신의 몸이나 성적인 욕구에 대해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살죠. 장애를 가졌기 때문에 성적으로 누구의 이목도 끌 수 없는 몸이라고 생각하고. 비장애여성들과는 다른 위치에 놓여있는 거죠.”
“비장애여성 누드와 차별성 없어보인다” 지적
‘장애인 성(sexuality) 향유를 위한 성 아카데미’ 총 기획자인 박지주(34, 지체장애1급)씨는 “평소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에 직면하고, 내면과 소통하고 싶어했던 이선희씨의 입장과 테마가 맞아서 작업을 함께 하게 됐다. 뭔가 의도해서 누드 사진을 띄운 것이 아니라 가장 자연적이고 보편적인 인간의 욕구를 표현해보자는 의도에 맞게 이선희씨의 사진을 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장애여성 누드’로 관심이 집중된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호기심만으로 접근했던 많은 사람들이 점차 이러한 작업의 이유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장애인의 성에 관한 이슈를 알리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러한 작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장 큰 지적은 이선희씨의 사진이 “비장애여성의 몸”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장애여성공감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먼저 “자신의 성욕과 성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억압되어 왔던 신체를 드러낸다는 것은 아름답고 용감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선희씨) 사진은 모델의 장애를 최소한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장애여성) 누드와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데에 실패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장애여성이 그 동안 무성적으로 치부되어온 통념에, 누드를 통해서 어떻게 도전하겠다는 것인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장애여성공감 측은 장애여성의 ‘성’을 이야기하는 방식에 있어서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장애여성의 성적 권리는 오랜 역사 동안 비장애/남성의 시각에서 판단되고 강화되어온 성적 위계에 대한 도전 없이 얻어질 수 없”으며, 따라서 이번 포스터 사진도 “이 사회에서 ‘여성의 누드’가 제작되고 유통, 소비되는 기존의 방식과 다른 차별점을 가질 때에 비로소 ‘정치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성적인 존재로 보는 것에 대한 반기
장애여성의 몸은 기존의 시각으로 봤을 때 ‘아름답지 않은 몸’이며, 따라서 ‘성적으로 매력이 없는, 무성적인 존재’로 취급받는다. 그렇다면 여성 몸에 대한 비장애/남성중심적인 기존의 시선을 넘어서 다양한 몸을 보여주고 담론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일 수 있다. ‘성적존재’로 어필하기 위한 시도가 비장애인 중심적 시선에 갇혀있다면,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에는 한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선희씨는 “내 몸에 있는 상처, 수술 자국들이 그대로 표현됐으면 했고, 그런 의견을 전달했지만 사진작가 입장에서는 아름답게 찍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고 어느 정도 조율했다. 공개되지 않은 사진 중에 상처들이 여실히 드러난 사진들도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작업은 일단 ‘장애여성을 무성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반기’의 의미를 갖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지주씨는 “장애를 가진 몸과 그렇지 않은 몸은 사회적 조건이 다르다. 장애인의 몸은 비정상성이라는 규정을 당하는 몸이다. 인간의 몸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환자의 몸이며, 치료와 보호와 배제와 격리의 대상인 몸”이라고 설명하면서 “그 몸 자체를 드러내는 것, 옷을 벗는다는 것 자체가 갖는 다른 의미가 있다. 장애여성이 본연의 인간으로, 보편적 인간의 수면으로 올라오려고 하는 시도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장애여성과 공감대 형성할 수 있으려면
장애여성에게는 임신이나 생리 등 자연스러운 현상마저 기피해야 할 것으로 간주된다. 가족들은 장애를 가진 딸이 ‘여성이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며, 보호의 대상으로만 치부한다. ‘성’이라는 사적인 영역조차 보호라는 이름 하에 통제되고 성폭력의 위협으로 인해 성 자체를 소극적인 태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애여성이 자신의 몸에 성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욕구를 가진 존재로 어필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지주씨는 “어떤 것도 완벽할 수는 없다고 보며, 이것은 하나의 노력이지 전체는 아니다. 일단 가져가야 할 시각은 긍정성”이라고 덧붙이면서 “몸의 소중함을 안고 가고 싶어하는 장애여성의 욕구, 몸 자체에 대한 접근의 욕구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이선희씨의 사진작업은 장애여성 스스로가 과정 속에서 자신의 몸을 긍정, 성적인 존재로 인식했다는 데 분명 그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가 기존 비장애인 중심의 '아름다움' 개념에 도전하지 못할 때,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있는 다양한 장애여성들의 경험과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장애여성의 성적 권리를 찾기 위한 시도들이 ‘장애여성의 시각’을 드러내고, 기존 여성의 몸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미의 기준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길 많은 장애여성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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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문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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