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끝나지 않을 '가난'에 대한 보고서 -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 2003/03/24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작가 배수아(38)씨가 연작장편소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내놓았다.
소설은 부암동 스키야키 식당 주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제목에 쓰인 스키야키 식당은 등장인물들에 의해 거론되기만 할 뿐이다.
가난이라고는 해도 신경향파 식의 절대빈곤과는 다르다. 끼니를 거를 정도의 인물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경우에는 일종의 ‘철학’으로서 택한 자발적 가난이라 할 수 있고, 거꾸로 가난에 의한 비만의 사례가 그려지기도 한다.
소설에서 가난은 가족관계의 파탄, 힘겹지만 임금은 박한 노동, 엄청난 식탐, 사회적 지위의 급락, 존엄성의 상실, 돈의 절대화, 인간적 가치에 대한 냉소 등 다채로운 양태로 나타난다.
가령 국립대학의 교수였다가 교통사고 이후 ‘식충’으로 전락한 ‘마’가 청어구이를 먹을 생각에 침을 삼키는 장면을 묘사한 다음 대목에서 그 가난은 역겨운 진실 한 자락을 들춰 내 보인다.
“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침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목울대를 넘어가는 데 한참이나 걸렸다. 꾸우울꺼어억. 뭉클거리는 걸죽한 군침은 마의 앙상한 턱과 목에서 진저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꾸르륵 하고 뱃속에서 장이 꼬이는 소리가 났다.”
또는 친구의 돈과 물건을 반강제로 빼앗고 폭력을 행사하는 어린 딸에게 휘두르는 아비의 더 큰 폭력.
“사시나무처럼 와들와들 떨고 있는 강시(=딸)의 얼굴로 주먹을 날렸다. 빠작, 하고 새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가벼운 소리가 들렸다.”
다양하면서도 결국은 비슷비슷한 가난뱅이들 속에서도 ‘노용’이라는 인물은 매우 독특하다.
방이 열두 개나 되는 대저택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훌륭한 집에서 살고 있는 그는 그러나 일을 하지 않는 대신 남들이 먹다 버린 최소한의 음식만으로 목숨을 유지하는 독특한 인물이다.
그의 이복 누이가 지적한 대로 그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극단적인 가난뱅이 역할을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일반적인 타고난 가난뱅이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는” ‘도스토예프스키적’ 인물이다.
작가는 가난뱅이들의 더럽고 슬픈 삶을 파편적으로 그려 나가지만, 그들을 인터뷰하고 그 삶을 취재하는 ‘성도’라는 인물의 관찰자적 시선을 통해 그것들을 한 줄로 꿰고자 한다.
그의 보고서 형식으로 되어 있는 「예비적 서문 - 슬픈 빈곤의 사회」라는 제목의 장에 따르면 “빈곤은 모든 것의 시작점이며 동시에 모든 가능한 것들의 종말”이다.
그는 또 “이 ‘빈곤’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고 단언하는데, 그것은 곧바로 소설 구성의 특성과도 통하는 진술처럼 보인다. 가난의 현실은 줄기차게 진행될 뿐 결코 완미하게 마무리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소설에도 특별한 시작과 끝이 없다. 그리고 가난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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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녀의 소설중에서 이 책을 가장 재미없게 읽어서 할 말은 없다. 다만 최재봉기자의 서평이 너무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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