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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장전

‘기륭 투쟁’ 1895일을 함께 걸은 카메라

by eunic 2011. 1. 14.

‘기륭 투쟁’ 1895일을 함께 걸은 카메라

‘진보정치’ 기자 정택용씨

길바닥 현장 긴호흡 기록

사회적 사진 가뭄 속 단비

곽윤섭 기자



» ‘너희는 고립되었다’ 다큐사진

‘너희는 고립되었다’ 다큐사진집

찍은 사람과 찍힌 사람 모두의 땀과 눈물이 밴 다큐멘터리 사진집이 나왔다. <진보정치> 사진기자 정택용(왼쪽 사진)씨가 2005년 8월부터 1895일 동안 한 현장을 지키면서 찍은 사진으로 엮었다. 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의 작은 역사를 담고 있다. 정택용은 이렇게 말한다. “2005년 8월이 처음이다. 그 한달 전인 2005년 7월에 노조가 막 생겨 현장 점거 농성을 하고 있었는데 문자로 해고받은 첫 사례일 것이다. 그때 본 게 기륭의 철문이었다.


» 〈진보정치〉사진기자 정용택씨

철문을 사이에 두고 안에는 농성하는 사람들이 있고 밖에는 이들과 연대하기 위한 사람들이 지켜서 있었다. 마침 밖에 있던 아이 하나가 철문으로 다가가 농성중인 엄마에게 손을 내밀어 인사하는 것을 봤다. 순간 말로만 듣던 1970년대 노동현장이 떠올랐다. 그게 지금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에 찍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그날 이후 정택용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기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다. 길거리 천막농성, 단식, 삭발, 몸싸움, 삼보일배, 포클레인농성까지 노동자들 곁에는 정택용의 카메라가 함께했다. “사진이 세상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다만 사진은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다. 마침 변하고 있는 순간의 세상을”이라고 했던 사진가 마르크 리부의 말처럼 그는 기륭전자의 이야기를 사진에 담아 알리기로 했다.

하지만 정택용이 5년 2개월을 길바닥에서 보내면서 찍은 사진들은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진보 매체들을 뺀 대형 언론사들이 기륭전자의 현장을 보도한 사례는 찾기 힘들다.


» ‘너희는 고립되었다’ 다큐사진

지난해 11월 기륭전자 노사는 “너무도 먼 길을 돌아” 전격적으로 타협했고 1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합의했다. 기륭사태는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고, 이제 한 권의 사진집이 남았다.

지금 우리 시대에서 사회적 기능을 충실히 하는 다큐멘터리사진가와 작품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본다면 금세 실망하게 된다. 열 손가락을 채우기가 힘겹다. 이런 풍토에서 정택용의 <너희는 고립되었다>는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이 사진집에는 여러 사람들의 추천사와 글이 실려 있다.


» ‘너희는 고립되었다’ 다큐사진

소설가 조세희씨는 “어떤 난장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난 후 30여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사람들은 용산에서 불태워지거나, 쌍용에서 토끼처럼 몰이를 당하거나, 기륭에서 쓰레기처럼 내버려지고 있다. 그 아픔을 외면하지 말고 다시 보라고 그가 지금 소리없이 외치고 있다. 이 사진들을 보며 우리가 불편한 것은 우리 모두가 거기에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곳에 부재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두고 우리 모두는 안녕했는가”라고 추천사에서 썼다. 책 수익은 비정규투쟁기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기사등록 : 2011-01-12 오전 08: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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