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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

[강연] 평화와 젠더 : 일상의 공포 정치, 여성에 대한 폭력

by eunic 2007. 3. 8.

별첨자료 아내폭력의 역사

여성의 지위에 관한 140개국 국제보고서

평화와젠더.hwp

여성평화아카데미 2000년 가을 강좌

평화와 젠더 : 일상의 공포 정치, 여성에 대한 폭력


정 희 진 (여성과인권연구회)

" 전쟁이 선포된 바 없어도, 여전히 여성들이 가까운 남성들에게 매를 맞을 때, 부인들이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사라질 때, 매춘여성들의 시체가 강 위에 떠오르거나 버려진 건물 안의 넝마더미 속에서 발견될지라도 이는 인간의 고난의 기록에서 전적으로 무시되는데, 그 이유는 피해자가 여성이며 어쩐지 섹스와 관련되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은 너무 특수하여 보편적이지 않거나 너무나 보편적이어서 특정할 수 없거나 둘 중의 하나이고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여성적일 수 없거나 또는 너무나도 여성적이어서 인간적일 수 없든지 어느 하나를 뜻한다. " - 캐더린 맥퀴넌

" 무엇이 전쟁을 떠받치는가? 가부장제 또는 남성에 의한 지배, 폭력을 독점하는 국가체제, 궁극적으로 패권을 독점하는 초강대국 체제이다. " - 요한 갈퉁

* key words : 젠더(gender, 성별 제도), 여성에 대한 폭력, 일상, 평화

*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peace by peaceful means)

방법론의 변화, 사유 '방식'의 변화, 목적에 이르는 수단에 대한 철학의 변화, 질문 방식의
변화, 이는 평화 이슈가 기존의 패러다임(근대적, 남성 중심적)으로는 이해, 해결되지 않음을 의미.

* 젠더(gender)와 폭력

모든 폭력은 성별적인 사회 현상. 이는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한다는 의미 이상을 함의. 폭력은 성애화(sexualized), 성별화(gendered)된 형태로 나타남.
남성이 피해자라 할지라도 피해자, 약자는 언제나 여성적인 것으로 재현. 걸프전 당시 미군 폭격기 조종사들은 민간 건물과 시민들을 학살하기 전에 (하드 코어)포르노 테이프를 봄. 여성에 대한 고문은 흔히 생식기와 가슴 부위에 행해짐. 전투 중에 있는 병사들은 적들을 교수형에 처할 때 발기한다고 보고됨. 군사화 된 일상 용어(fuck, 오늘 내가 "쏜다"...) 미사일과 폭탄들은 모두 남근의 형태, 세계적인 기념비들은 모두 말 타고 있는 남성상, 남근 모양의 기념탑(에펠탑...)
여성의 시각 혹은 성을 고려한 시각(gender perspective) 시각에서 보면 폭력 인식은 기존의 대립 구도를 넘어서게 됨. 억압으로서의 폭력 對 정의로운 폭력(데모대의 폭력 등)에서 폭력 행위자는 모두 남성. 폭력 피해자인 여성, 사적 관계에서 더 큰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은 폭력을 다른 방식으로 사유함(제주 4.3. / 광주 민주화 항쟁의 예)

* 평화와 젠더

기존의 평화 담론은 군축 문제 등 공적 영역, 거대 담론 중심으로 논의, 적용됨. 개인(여성)의 일상적 경험과 대립시킴.("군 위안부 개인의 성폭력 경험을 민족 모순에 대한 역사적 의식으로 승화하자"는 식의 담론이 대표적) 거대 담론, 공적 영역 중심의 평화 논의에서 여성은 이에 대한 '역할'과 '참여'가 강조됨. 역할과 참여에 대한 강조는 평화(통일운동 세력)운동의 논리나 반평화 운동(보수 세력) 논리나 같은 인식 구조임. 이 때 여성에게는 좋은 군대/나쁜 군대의 구분은 의미 없음. 군대를 포함한 현재의 남성 중심적 체제 자체가 여성에게 는 반평화적임. "평화유지군의 위안부가되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평화주의자가 되자"
젠더를 고려하지 않은 평화 논의는 잘 이해되지 않을 뿐 아니라 무의미. 예) 현재 우리 사회는 국가인권기구 설치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제기. 국가인권기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과거 인권 침해 사례 조사와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보상 문제. 거창 양민학살, 문경 양민학살, 노근리 학살 등과 같이 대부분 국가에 의한 대량 학살과 전쟁의 성격. 이제까지 이 문제는 냉전 시각에 기초하여 미국 혹은 한국 정부의 잘못이거나 공산 세력이 저지른 '만행'으로 파악되어 왔음. 그러나 최근 관련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양민 학살은 좌익, 우익 모두에 의해 자행되어 왔으며, 이는 기존의 시각으로는 이 문제의 진상 조사는 물론 해결 자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줌. 한국 현대사의 양민 학살 문제를 근대성과 남성성, 폭력성과 관련하여 연구해야. 이 문제는 우리사회 일상에 만연한 폭력 문화, 군대 폭력, 학교 폭력 뿐 아니라 남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가정 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와 연관.

* 일상의 反평화, 여성에 대한 폭력

국가간의 폭력은 중요, 그러나 성별간의 폭력은 더욱 중요. 이는 국가 간 폭력의 일상적 재생산 기제. 여성의 입장에서는 일상이 전쟁 상태(별첨 자료 참조). 여성에 대한 폭력은
모든 사회문제 중에서 가장 비가시화 되고 개인적 문제로 취급되는 영역. 평화, 환경 등 관련 이슈에서도 언제나 제외되며 정치학, 사회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음. 이는 여성의 경험을 간과하고 특정 성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남성 중심의 인식 구조 때문. 예를 들어 정신대 문제는 전쟁의 부산물이 아님, 그 자체가 전쟁 상황.
여성에 대한 폭력이 일상적인 것은 피해의 심각성과 광범위성, 통역사성 때문만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족 제도를 원형으로 한 남녀의 일상적인, '자연스런' 성 역할 그 자체에서 발생하기 때문.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일종의 성 역할이자 성 역할의 연속선상에 있음.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남성의 필요에 의해 구성되어짐. 스트립 쇼와 성기 노출의 예처럼 이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가치, 경험이 성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름. 여성에게는 남성의 몸 자체가 공포와 폭력의 대상.

* 평화에 대한 여성주의적 재해석

이제까지 폭력은 전통적으로 전쟁 개념과 함께 존재.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거나 평화는 전쟁 전후(前後)에 있다는 식. 평화는 늘 정적인 고정화된 이미지. 전쟁은 능동적, 영웅적, 남성적인, 활력적인 이미지. 평화는 이런 자극적인 것들의 부재로 여겨짐. 그러나 여성주의는 이러한 이분법에서 벗어남. 여성주의자에게 평화란 여성이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권을 획득하는 것을 의미함(C. Enloe)


참 고 문 헌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편(2000), <여성과 평화>, 도서출판 당대
캐더린 맥키넌(2000), 조시현 역, "전쟁시의 범죄, 평화시의 범죄", 스티븐 슈트, 수잔 헐리 편,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역, <현대사상과 인권>, 사람생각
요한 갈퉁(2000), 이재봉 외 역,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들녘
이정주(1999), "제주 '호미'마을 여성들의 생애사에 대한 여성학적 고찰 - '4·3' 경험을 중심 으로",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논문
김화숙(1999), "여성의 사회적 저항 경험에 관한 여성주의적 접근 -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 회,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어머니 활동을 중심으로",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논문
정유진(2000), "민족의 이름으로 순결해진 딸들? - 주한미군범죄와 여성", <당대비평> 여름 11호
정희진(2000), " '아내폭력' 경험의 성별적 해석에 대한 여성학적 연구 - 가족내 성 역할 규 범을 중심으로", 이화여대 여성학과 석사논문
정희진(1999),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 : 한국기지촌여성운동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편, <한국여성인권운동사>, 한울
Enloe, C. (1993), The Morning After : Sexual Politics at the End of the Cold War, Univ. of California Press
Hester, Kelly & Radford eds.(1996), Women, Violence and Male Power, Open Univ. Press: Buckingham
Neft & Levin(1997), "Violence Against Women", An International Report on the Status of Women in 140 Countries, Random House
Theweleit, Klaus(1987), Male Fantasies, Minneapolis : Minnesota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