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겨레 21 특강 녹취
남자의 거짓말- 정희진.hwp여성들은 결혼을 하면 우리 신랑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60이 되시고, 70이 되셔도 우리 신랑이라는 말을 많이 쓰시죠. 근데 남성들은 '우리 신부'라는 말을 안 쓰거든요.
예를 들면 별 좋은 예는 아니지만, 부자들이 있잖아, 자기가 부자임을 가난한 사람들하고 구별을 지어야 하잖아. 그런 식의 문화적 전략이 구별짓기잖아. 나는 가난한 너희들과 달라. 뭔가 차이를 발생시키려고 하잖아. 그 양반들이. 그게 뭐에요. 명품을 사서 쓰는거죠. 명품이라는 차이가 발생시키는 구별짓기 문화가 있잖아요. 아무나 못 사기 때문에. 그랬더니 우리가 똑같이 돈 벌어가지고 명품을 사. 내가 한달에 100만원 받는 노동자인데 3달 일해가지고 명품 하나를 사고... 이미 불가능한 거 아닙니까? 똑같은 원본 명품을 갖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렇잖아요. 사람들이 어떻게 해? 짝퉁을 사가지고, 짝퉁을 삼으로서 명품이 발생시킨 차이를 무화시키는 전략이잖아요. 그게. 그게 대중운동이죠. 그랬을 때 이 짝퉁, 굉장히 정치적 의미가 있는 거 아닙니까?
옛날 10년 전에요. 저희집 마루에서 추석 때 텔레비젼을 네명이 같이 봤어요. 저하고 제 여동생이 있어요. 제 여동생이요, 주한미군범죄근절본부라고 그런 평화운동을 하는 친구에요. 여동생하고 제 남편이라고 간주되는 사람하고 이 여동생의 남편하고 네명이 텔레비젼을 본 거에요. 지금은 이렇게 안 봐요. 다 싸워가지고 이상한 데 가 있기 때문에.
네명이 텔레비젼을 보는데 그때 뭐가 나왔냐면요. 총기난사사고, 전라도 함평 있잖아요 전라도 함평에서 총기난사사건이 텔레비젼에 나온거야. 명절 때 총기 난사하는 사람 많잖아요. 원래 명절 때 카페하고 식당이 잘 돼요. 가족들이 다 싸우기 때문에 다 카페 가거든요. 한국은 가족주의 사회지만, 가족들이 별로 친하지 않잖아요? 근데 이게 나오니까 저는 당연히 총기난사를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전 가정폭력 공부하는 사람이니까. 어머니가 막 총기난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이 사건의 본질을 가정폭력이라고 하는거야. 그런데 제 여동생은 뭐냐면, 이건 군사주의라는 거에요. 왜냐면 총기가 다 집집마다 퍼지기 시작해가지고 사람들이 총을 쏜다는... 사실 우리도 얘기하다 보면 죽이고 싶은 사람 많잖아요. 그런데 옆에 총이 없기 때문에 안 죽이는 거지. 사실은. 내 동생은 군수 자본의 음모라느니 난리가 났어요. 군사주의.
제 여동생의 남편이라고 주장되는 이 사람은 이게 전라도 차별이라는 거에요. 왜냐면 경상도에서 이 사건이 나면 텔레비젼에 안 나왔다는 거죠. 보통 MBC나 KBS의 제작본부장들은 다 경상도 사람들이기 때문에. 얘는 또 텔레비젼에, 드라마에 경상도 사람들이 나올 때는 다 지식인이나 사장님으로 나오고 전라도 사람들한테는 양아치나 구두닦이로 나온다 그러는 거에요. 그래갖고 우리 셋이 이 사건의 본질이 뭐냐고 막 싸운 거에요. 텔레비젼에서 방송을 해도 다 다르게 받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이게 나름대로 말이 되는 얘기들이잖아요. 그래요, 안 그래요?
제 남편이라고 간주되는 이 사람은, 이 사람의 주장은 뭐였냐면, 이 사람의 입장은 없어. 이 사람의 주장은 텔레비 보는데 시끄럽게 떠드냐고 난리인 거에요. 그래가지고 이 사람이 볼 때는 뭐냐면, 이 사람은 소위 말해서 우리사회에서 꿀릴 게 없어. 약간 주류야, 자기 나름대로. 이 사람이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구만"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야. 아무 문제가 없고 이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니들이 현실불만세력이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이 사람보고 이랬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바로 니가 모든 문제의 근원이야" 그러니까 현실에서 갈등하지 않고 투쟁하지 않거나 문제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지배이데올로기와 자기를 일치시키기 때문에 쿨할 수 있는거죠. 감정적이지 않을 수 있는 거구.
저는 감정적이라고 하는 거하고 정치의식이 있다는 거하고 같은 말로 쓰거든요. 아니 어떤 불편함이 없는데, 감정을 느끼겠어요? 감정적으로 세련된 사람 전 젤 싫어해요. 그래서 인생이 질척거리고 난리가 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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