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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

브라질..

by eunic 2005. 8. 4.

글/ 정희진 (out67@chol.com)
경희대 여성학 강사

민중들의 투쟁 소식을 주로 전하는 브라질 독립 언론 매체와 저널리스트들의 연합 조직인 '인디미디어'에 따르면, 브라질 역시 이른바 섹스 관광(sex 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섹스 관광은 브라질 북부 지역에서 남부 지역으로 점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특히 해안 지역이 심각하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 학대와 성 착취 근절의 날 시위 모습]

문제는 브라질에서도 섹스 관광이 여성의 몸과 남성의 경제력이라는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언제나 매춘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주 고객층인 서양 관광객을 위해 전세계를 무대로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인신매매가 횡행하고 매춘 여성에 대한 강간과 구타, 살인 등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매춘 여성에 대한 범죄는 성매매가 가부장제 사회의 통념처럼 노동이나 직업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gender violence)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성은 물론 일부 여성들까지도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이러한 범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고 공창제를 주장한다. 그러나 매춘 여성이 남성 고객으로부터 폭력과 살인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성매매가 불법이어서 아니라 성의 이중 규범과 그로 인한 매춘 여성에 대한 혐오 때문이다.


섹스 관광의 대상이 아동이 되는 경우도 많아

섹스 관광에 반대하는 브라질의 청소년, 여성 단체들은 브라질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주목적이 섹스 관광이기 때문에 범죄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관광 엽서, 여행 안내서 등에 섹스는 하나의 상품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 3세계에서 주로 행해지는 백인 남성들의 섹스 관광은 많은 경우 아동을 대상으로 한다. 에이즈 등 성병과 임신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과 아동은 '덜 더렵혀졌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어린이 성폭력을 하는 이유와 똑같다. 이를 소아 성애(pedophilia)라고 하는데, 남자 아동도 포함된다.

브라질의 사회 단체들은 매년 5월 18일을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성 학대와 성 착취 근절의 날'로 정해 투쟁하고 있다. 이 날은 1973년 발생한 야만적 살인 사건의 희생자인 한 소녀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다. Espirito Santo지방에서 납치된 그녀는 구타, 강간당하고 강제로 마약이 투여된 후 살해되었는데, 시신이 황산에 담겨져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처벌되지 않았다.

여성학을 공부하는 즐거움 못지않게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여성의 삶을 "분석"하고 규명하는 것과 여성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 사이에 어떤 불가피한 간극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면, 해방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때때로 비참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정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