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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객관한 능력 -김어준

by eunic 2005. 4. 20.

우주서 일개 행성인 지구 보는건
유체이탈 영혼이 자신을 보는 충격
자기객관화 집단기억 없는 한국
자기정체 인식하게할 진공의 대양에
도시락 같은 위성 겨우 몇 개 띄워

인류가 우주 생명체 중 하나로 스스로를 대상화할 수 있게 된 건 사실 채 몇십년 되지 않는다. 우리가 태양이라 명명한 항성(누가 알랴, 다른 은하의 다른 생명체는 그들 하늘에 뜬 그 별을 뭐라 부를지)의 중력권에 구속돼 운행되는, 스스로 지구라 하는 행성에 살고 있다는 간단한 천문학적 팩트조차 실감나지 않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
좁은 반도로부터 탈출 시작됐다 ‘나’는 1차원이다. 여기에 ‘너’가 더해지면 2차원. 이 세계에 나와 너의 의지에 상관없는 ‘그’가 등장하면, 이제 3차원이 된다. 그 입체의 관계망을 인지하며 ‘그’가 존재하는 제트(z) 축 좌표에서 엑스(x) 축의 ‘나’를 멀끔히 대상으로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 자기객관화 능력이다. 지성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우주 탐사는, 그런 관점에서, 지능이 아니라 지성의 성과다. 인류가 우주 단위에서 자기객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인류가 우주 생명체 중 하나로 스스로를 대상화할 수 있게 된 건 사실 채 몇십년 되지 않는다. 우리가 태양이라 명명한 항성(누가 알랴, 다른 은하의 다른 생명체는 그들 하늘에 뜬 그 별을 뭐라 부를지)의 중력권에 구속돼 운행되는, 스스로 지구라 하는 행성에 살고 있다는 간단한 천문학적 팩트조차 실감나지 않는 건 그래서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