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와 윤금이씨에 대한 다른 시선 | |
[일다 2004-07-05 04:32] | |
물론 죽은 자에 대해 예우를 지키는 것이 맞다. 더욱이 김선일씨는 억울하게 죽었다. 그의 죽음에는 일차적으로 살해범들과 무능한 정부와 미국 측이 책임져야 할 테지만, 파병에 찬성한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사회적 차원에서의 예우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김선일씨의 참수 동영상이 돌아다니지 않길 바란다.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죽음에 대한 슬픔을 넘어서, 그 죽음이 매체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잘려나가는 신체라는 스펙터클로 변해버리는 것이 괴롭다. 때문에 의구심이 든다. 왜 죽은 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예우는 공평하지 못한가. 이라크에서 고문당하고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사진들에 대해 모두들 미군의 잔인함을 확인했을 뿐, 죽은 자에 대한 예우 같은 건 이내 잊어버린다. 유독 김선일씨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아파하고 또 화를 내는 건 아마도 그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지도 모른다. 굳이 민족주의를 언급하지 않아도, 한국사람이기에 동질감이 존재하며 그래서 공감이 더 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작년 촛불시위 때 사용된 ‘미선이 효순이’가 장갑차에 짓밟혀 죽은 사진, 그리고 오랫동안 반미운동에서 사용된 윤금이씨가 몸을 드러낸 채 처참하게 죽어있던 사진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지하철 노조가 파병반대를 외치면서 윤금이씨 사진을 사용했다는 내용의 글을 봤다. 미선이, 효순이, 그리고 윤금이씨는 우리와 가까이 있는, 동질감이 존재할 법한 사람이다. 또한 김선일씨의 죽음처럼 민족주의적 감성에 바탕을 둔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들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들의 사진과 김선일씨 살해영상이 그토록 다른 취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금이씨의 사진을 사용하지 말라는 비판에 대해 그 사진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은, 시민들을 호소해서 분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건 지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참혹한 시신 사진이 쉽게 울분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순간적인 울분이 죽음에 대한 반성과 평화에 대한 고민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순간적인 울분은 방출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누구의 피살 동영상은 정부에서 직접 나서서 법적 통제를 하겠다 해도 암묵적으로 동조하는데, 누구의 피살 사진은 고인이 안다면 도저히 저승으로 갈 수 없을 만큼 가학적이고 성적 모욕을 주는 모습으로 대로변에 전시된다. ‘미선이 효순이’부터 김선일씨까지, “내 딸을 살려내라”, “내 아들 살려내라” 외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대답할까. 아무도 이 기막힌 현실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같은 상황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반영된 것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 윤금이씨의 사진을 보면서 울분을 일으키는 것은 민족주의적 감성에 자극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성들이라면 대부분 그 사진을 보면 자신이 당할지도 모르는 폭력이기에 공포와 고통을 느끼지, 남성들처럼 ‘우리 누이를 지키자’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좀더 나아가 얘기하자면, 윤금이씨 사진이 불러일으키는 효과와 강간 모티브를 소재로 한 포르노나 인터넷 동영상들 간에 공통점이 있다. 양쪽 다 폭력이 가해진 여성의 신체가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인상을 노리고 있지 않은가. 단지 윤금이씨 사진은 민족주의적 감성이 섞여있어서 강렬한 인상에 덧붙여서 울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고인이 된 한 남성과 여성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방식은 참으로 다른 것 같다. * '일다'에 게재된 모든 저작물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옮기거나 표절해선 안 됩니다. ⓒ www.ildaro.com 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윤은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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