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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부러운 백수가 되라

by eunic 2005. 3. 21.

부러운 백수가 되라

[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실업’을 즐겨라, 밥그릇 채우는 일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리
김경/ 패션지 <바자> 피처 디렉터


걸핏하면 사표를 써온 인생이다.
한번은 오늘 당장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 출근길에 쓴 사표를 우편으로 발송하고는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고속버스에 올라탄 날도 있었다.
내 자신이 워낙 철이 없고 경망스러워서 그러기도 하거니와 잡지사 여기자라는 직업이 그만큼 고단하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드라마에서 능력 있고 자유분방한 여자들의 ‘때깔’ 나는 직업으로 곧잘 그려지지만, 현실은 환상과 아주 다르다.
오죽하면 여기자로 성공하려면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사고하고 여자처럼 행동하라’는 말이 있을까?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단한지는 열 가지도 넘게 열거할 수 있지만, 하도 지겨워서 그 일은 그만두고 싶다.
내 선배든 후배든, 혹은 동료든 사정은 비슷하다.
누구나 1년이면 열두번 마음속으로 사표를 쓴다.
어떤 이는 무슨 부적이라도 되는 양 사표를 1년 내내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두고 다닌다.
그런데 대체로 넣어두고만 다닌다. 도시가 싫어도 도시를 떠날 수 없듯, 직장이 싫어도 직장을 떠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신 사표를 가슴에 품은 인간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중에 직장을 그만두면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얘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신다.
난 직장인이 되고 난 뒤 오히려 이런저런 꿈이 많아졌다.
보통 대졸생들이 선망하는, 우아하게 밥그릇을 채울 수 있는 일과는 무관하지만 이 세상에는 그보다 훨씬 아름답고 생산적인 일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개중에는 ‘아프리카에서 다친 야생동물을 보살펴주며 살기’와 같은 다소 대책 없는 일도 있지만, 충분히 밥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아이디어도 많다.
훌륭한 장인 밑에서 목수 일을 배워서 소박하고 아름다운 가구와 집을 만든다거나,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는 그 수많은 펜션과 고급 민박집을 대상으로 방마다 꽃을 공급한다거나 하는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한 선배는 얼마 전 그 좋다는 패션지 데스크 직함을 버리고 오스트레일리아로 갔다.
오스트레일리아에 가서 뭘 했냐 하면 국립공원을 돌며 희귀 식물의 씨앗을 채취하고 유해 식물을 제거하는 자원봉사(ATCV라는 프로그램)를 하고 왔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에 돌아와서 자연에서 자신이 얻은 혜택들을 어떻게 하면 도시인들에게 나눌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통화 중에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광주에 갔다가 무명 의상을 만드는 디자이너 문광자씨를 만났어. 지금 미국에서 전시 중인데 옷이 정말 아름답더라. 그런데 그분 말에 의하면 요즘은 아무도 전통 베짜기를 하려고 들지 않아서 무명 천이 엄청 비쌀 뿐더러 구하기도 무지 어렵다는 거야.”
40만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어차피 일자리는 없다. 정부가 나서도 별수 없다.
당신들 머릿속에 있는 일자리는 언제나 한결같고 그 자리는 몇개 안 되는데 정부가 무슨 도리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하지만 사람들이 누구나 아는 일자리가 없다고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체험해라.
오감을 열고 체험하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나만의 멋진 일자리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언제나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꾼다.
그래서 항상 불행하다. 기왕이면 당신들이 그렇게 소원하는 직장인들이 부러워할 만한 실업자가 되라.
여행하며 배우며 경험하며 실업 상태를 최대한 즐겨라. 밥그릇을 채우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럴까?
정말 놀게 되는 순간이 왔다면
맘편히 놀수 있는 용기와
희망찬 미래를 구상해놓은 비전을 가지고
맘껏 놀 수 있을까?
삶이 불안하고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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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youngju 제가 얼마전, 마지막에 은닉님이 쓴 고민에 대한 답을 얻었다는 것 아닙니까. 놀게되는 순간에 선택을 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성격입니다. 일을 놓게 되면 생기는 불안이 비슷한 정도-경제적 조건 , 재취업 가능성 등-인 두 사람이 있을 때 어떤 사람은 선택을 하고 어떤 사람은 `못'합니다. 비슷한 조건에서 선택하는 사람이 있는데 못한다는 건,
07-23 (금) 11:26

imyoungju 안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거든요. 저두 계속 공부할까 뭐할까 고민많이 해온 편인데 얼마전 사주봐준 역학자분이 "실제로 그렇게 못하는 건 제가 공부나 그런 것보다는 다른 것(밝힐 수 없습니다--;)에 집착하기 때문"이래요. 실제로 못놓는 건 그만큼 못놓게 하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07-23 (금) 11:28

imyoungju 그때 저는 진짜 망치로 얻어맞는 것같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민하는 것으로 저는 제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고민하면서도 못놓는 것이 저의 실체였던 것이지요. 주변에도 좋은 직장 버리고 나와 버리는 친구들 있는데 그 친구들은 놀 수 있는 용기가 다른 욕구보다 더 큰 사람이지요. 그런 사람만이 놀 수 있고, 못노는 사람은
07-23 (금) 11:29

imyoungju 그것보다 큰 다른 욕구가 있는 것입니다. 제 결론은 이랬습니다. 그래서 오로지 정신적이기만 나의 방황에 대한 집착도 버렸지요. 고민만 하는게 나였으니까요. 뭔가 명쾌하지 않나요?(아닌가?) *^_^*
07-23 (금) 11:30

eunic 전 노동강도가 적고, 노동시간이 잘 지켜져서 좋은 것 빼고는 하나도 없어요.
07-26 (월) 17:19

eunic 뭐 회사시설도 열악하고 경영진들도 고지식 그자체고 맘에 드는 것은 없는데 일찍 끝나서 월요일과 화요일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고, 책 읽을 시간이 많다는 것 때문에 때려치지도 못하고 1년을 바라보고 있어요.
07-26 (월) 17:20

eunic 정말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내 안에 비전이 없다는 것, 내 자체에 능력도 부족하다는 자체 평가로 인해서,,, 또 안정만을 찾는 성격에 도박심리가 부족해서 선뜻 사표를 내던지지도 못하고.... 예전처럼 성질부려서 나오는 일은 부모님 가슴에 못 박는 일이라
07-26 (월) 17:24

eunic 더 큰 욕구를 만들어야 겠네요. 회사를 옮기고 보통 사람들의 씀씀이에 다가갈 수 있게 부모님에게 좋은 것 사드릴 수 있게. 내안의 욕망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일은 제 자신이 해야 되지만 그게 언능 올까요?
07-26 (월) 17:25

eunic 부실한 직장을 다니며 세월을 마냥 죽이고 있는 일도 어쩌면 방황일지도 몰라요. 내가 진정 원하는 게 뭘까 자꾸만 고민해봅니다. 최근에 신경숙씨처럼 좋아하는 소설가의 작품을 한자한자 적기위해 난쏘공이랑 지상에 숟가락하나를 샀어요. 다시 읽고 다시 읽어도 명품 그 자체예요. 제가 원하는 일이 정말 무얼까요?
07-26 (월) 17:27

eunic 전 다큐멘터리를 무지 좋아해요. 자연 다큐멘터리 대본을 보면 물고기의 생태에 대해서 3인칭 시점으로 서술해줄때 작가의 상상력에 대해서 경배를 하고 있죠. 그리고 소설책도 무지 좋아하고 이 직장을 때려치고 원고지로 연명해 갈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요? 노력도 안하는데... 어젠 책방이 가게를 내놓으면서 책을 팔길래 1만원에 태백산맥 10권을 샀답니다.
07-26 (월) 17:30

eunic 조정래 선생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가난한 월급쟁이는 빌려보는 책방이 하나둘 없어지는게 너무 슬픈일이고 헐값에 낡은 책을 사는 일은 너무 행복한 일이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모든 걸 다 내던지는 용기와 욕망을 길러야 하는데... 행동엔 굼뜨고 주저주저하기만을 여러해 되풀이 하고 있죠.
07-26 (월) 17:32

imyoungju 내던질 필요 없고, 욕망을 기를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순간에 또는 중요한 순간에 자신도 모르게 번뜩이게 날이 서는 그 무엇인가를 정체를 파악, 알아내려고 노력하세요. 이미 자신의 속안에 있는 것일겁니다. 새로 만들어 내는 건 인위적이고 온전한 자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니까요. 진정한 자아가-돈을 많이 못버는 거라면 그게 운명일 것이고,
07-26 (월) 20:08

imyoungju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게 돈에 대한 것일수도 있죠. 무언가 외부적인 조건에 따라 관심사를 바꾸려 노력하는 것 자체가 본인의 진짜 모습과 더욱 멀어지고, 그것이 자신을 계속 괴롭히는 애물단지가 되는 수가 있습니다. 튼실한 회사를 다니면서도 비전없는 사람은 분명이 많습니다. 단일 기준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거지요.
07-26 (월) 20:10

imyoungju 저두 뭐 이렇게 생각하는게 최근에 든 생각이라 언제 바뀔지도 모르지만, 이전 고민에 비하면 뭔가 한 단계 올라간 해답을 얻은 느낌입니다. 결론은 마음을 비우는 것. 비우고 진정한 자신을 보는 것. 발견하게 된다면 행운이고, 아니면 뭐 할 수 없는 것.
07-26 (월) 20:10

imyoungju 어쩌면 별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평범한 사람, 혹은 폐배주의자?가 자기위로 차원에서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결론인 걸까요. 비관적으로는 그런 생각마저...흑 슬프다.
07-26 (월) 20:12

eunic 어젠 회사생활이 싫어 당당히 백수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와 시나리오작가로 연명하고 있는 친구를 만났거든요. 그 만나는 시간만큼은 그녀들의 용기가 부러웠답니다.
07-28 (수) 21:35

eunic 그러한 용기와 그것밖에는 나에게 길이 없다는 그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선택은 어떻게 도달하는가 그게 나의 숙제입니다.
07-28 (수)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