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중에서
<정신훈련>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했다.
-개자식들!
사람들은 우리에게 말했다.
-마녀의 새끼들! 망할 자식들!
또 다른 사람은 말했다.
-멍청이들! 부랑배들! 조무래기들! 고집불통들! 더러운 놈들! 돼지새끼들! 깡패! 썩어문들어질 놈들! 고얀 놈들! 악독한 놈들! 살인자의 종자들!
우리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새빨개지고, 귀가 윙윙거리고, 눈이 따갑고, 무릎이 후들거린다
우리는 더 이상 얼굴을 붉히거나 떨고 싶지 않았다.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이런 모욕적인 말들에 익숙해지고 싶었다.
우리는 부엌 식탁 앞에 마주 앉아서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런 말들은 되는 대로 지껄여댔다. 점점 심한 말을.
하나가 말한다.
-더러운 놈! 똥같은 놈!
다른 하나가 말한다.
-얼간이, 추잡한 놈!
우리는 더 이상 할말이 생각나지 않고 귀에 들리지도 않게 될 때까지 계속했다.
우리는 매일 30분식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고 나서 거리로 바람을 쐬러 나간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욕을 하도록 행동하고는, 우리가 정말 끄떡없는지를 확인했다.
그러나 옛날에 듣던 말들이 생각났다.
엄마는 우리에게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 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 이제 아무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훈련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시작했다.
우리는 말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난 너희를 사랑해. .......난 영원히 너희를 떠나지 않을거야. ......난 너희만 사랑할 거야. ...........영원히. ............너희가 내 인생의 전부야. .........
반복하다보니 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것들이 가져다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
이 책을 읽던 당시
나는 실연의 상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정신훈련처럼,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사랑한다를 외치고 외쳤다.
나중에 그의 이름 세글자가, 사랑한다가 아무 의미가 없어지길 바라면서...
정신훈련이 들된 것일까? 아무리해도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무뎌지지 않아요.
책의 제목인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 대체 뭘까 하면서 읽었는데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은 대체 무엇인지 알아내지 못했다.
전쟁의 비극을 환상과 몽환, 진실과 거짓사이를 혼란케하는 듯
쓰여진 이책을 읽고 있으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키카를
보는 듯하다.
끔찍한 현실을 봐도 비참함보다는꿈인가 싶게 하는...
헛웃음만 나오는.
'명품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0) | 2005.03.21 |
---|---|
MBC 뉴스데스크의 명대사 (0) | 2005.03.21 |
여고괴담 '진실은 있다' (0) | 2005.03.21 |
부러운 백수가 되라 (0) | 2005.03.21 |
박재삼의 [한] (0) | 2005.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