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혁명사 혹은 유토피아
최광용 출판문화포럼 '상형문자' 대표
영화 '렌드 앤 프리덤'의 켄 로치 감독은 혁명은 '지배와 소유계급의 근본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혁명사를 다룬 책들은 불온 서적으로 판명돼 한동안 서점에서 보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혁명은 한 나라의 역사를 이해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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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픈 연대기 20세기가 '자본주의의 굳히기 한판승' 으로 끝나가고 있는 지금, 그리하여 저 '역사의 종언'을 위한 승전가가 모든 이교도들의 목소리를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지금 케네스 로치의 외침은 일견 대단한 착각과 오기 사이를 오가는 곡예쯤으로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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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순간 켄로치는 혁명을 이야기하고 나는 혁명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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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혁명'이라는 말이 불러오는 공포심과 편견 따위에 너무도 쉽게 부화뇌동했던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와 대중적 감각 탓에 논의 자체가 끊임없이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쳐야 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혁명의 자기 실현 매커니즘은 무엇이었던가? 사람들은 왜 자신들의 '삶의 질서' 속으로 혁명을 받아들였는가? 혁명의 역사를 더듬다보면 "모든 유토피아의 비극성은 자신의 결함과 공백을 은폐하는 '주체적 환상의 모순'에 있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그런 의미에서 혁명이 그 내부에 간직한 유토피아에의 열망은 '역사의 종언'에서 그 안식처를 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혁명의 여백을 메꾸어나가기 위한 비정할 정도의 자기 검증과 비판없이는 그 미래를 지속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배우게 된다.
'세계화와 개혁이라는 또다른 형태의 주체적 환상의 모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라도 이 가르침을 잊어서는 안된다.
"혁명은 단순히 정치제도가 정치종사자들을 바꿈으로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혁명은 이미 자본주의에 의해 문자 그대로 식민지화되어 있는 '일상의 삶'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는 앙리 르 페브르의 통찰은, 판단은 확정적이지만 개념은 우둔한 이 시대에 그래서 더욱 빛나며 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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