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관
치통을 앓으며 뒤척이는 밤에는
by eunic
2005. 3. 3.
치통을 앓으며 뒤척이는 밤에는
이외수
치통을 앓으며 뒤척이는 밤에는 한줄의 시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 감성의 지배자는 치통이다.
치통은 보름이 지나도록 포박을 풀지 않은채 나를 모질게 고문하고 있다.
진통제를 복용해도 통증은 진정되지 않는다.
한 덩어리의 육신은 한 덩어리의 통증이다.
한 음절의 낱말도 한 음절의 통증이다.
아직도 겨울이다.
밖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고 있다.
방 안 가득 널려 있는 파지들이 진눈깨비에 젖고 있다.
치통에 의해 예술이 허망해지고, 치통에 의해 절망이 깊어진다.
깊어지는 절망속에서 시간이 해체된다.
해체되는 시간은 내 감성을 절단하는 톱날이다.
방바닥에는 토막난 상념의 시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저 있다.
치통을 앓으며 뒤척이는 밤에는 아무리 기다려도 날이 새지 않는다.
어떤 아름다운 이름도 시가 되지 않는다.
그래 아픈날...
모두가 다 이렇게 생각한다.
오로지 아픈데 아픈 생각만 하게 되는 아이러니
아직 나는 사랑니가 나지 않아 치통을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가 치통은 어떻다는 것을 알려줬기에
기다리는 시간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