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30돌 그뜻 새기기 열풍
파리 교외 생드니의 각급학교 학생들은 지난 4월 28일 교육조건 개선을 촉구하며 소르본 대학을 점거했다. 언론들은 30년 전 그들의 부모 세대가 열악한 교육현실에 대한 분노로 "모든 것을 변화시키기 위한 혁명"을 소르본대학 점거로 점화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68혁명 이후 무엇이 변했단 말인가' 라고 한탄했다.
그러나 68혁명의 시작은 열악한 교육현실에 대한 분노였지만 모든 인습과 제도에 대한 저항으로 발전하면서 자본주의의와 공산주의의 체제에 대한 항거로, 제 3세계의 민족해방 투쟁에 대한 연대운동으로 뻗어나갔다.
이런 전세계적 변혁운동의 첫 기치를 들어 올렸던 프랑스에서는 혁명 30돌을 맞은 올 초부터 당시를 되돌아보는 각종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소르본 유학생으로 혁명의 주역이 됐던 유태계 독일인 다니엘 콩방디 유럽의회의원을 비롯한 당시 주역들의 회고록과 학자들의 연구서 등이 벌써 10여권 이상 출간됐다. 혁명의 요람이던 소르본에서는 당시의 흑백사진을 모은 회고전이 펼쳐졌고, 노학연대의 첫 현장 르노 자동차에선 노동자들이 30년 전 5월의 뜨거웠던 열기를 되새기는 토론회 등 각종 행사가 조직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당시 기록에 대한 발굴을 포함해 68년의 역사적 의미를 묻는 특집들을 다채롭게 마련했다. 텔레비젼에서는 최근 들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당시의 기록물이나 관계자들의 토론을 내보내고 있어 프랑스는 가히 68혁명 회고붐에 휩싸여 있다.
'68'은 진정한 혁명이었나, 아니면 프랑스란 나라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면서 치른 홍역이었나? 혁명의 유산은 무엇인가? 당시 혁명세대들이 이루려 했던 꿈은 과연 실현됐는가? '68'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등등 토론의 주제는 다양하다.
그러나 토론은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사라지고 신자유주의가 석권하고 있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 혁명의 세계주의적 지향보다는 사회 내부에 대한 불만 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인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동지여 달려라. 구세계를 뒤로 하고."를 외쳤던 68세대도 이제는 과거를 추상하는 구세대에 솔하게 됐다. 그러나 모든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추구했던 그들의 열정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일으킨다. 각종 전시회를 둘러봤다는 대학생 플로랑스 트레가로는 "현실적이자, 그리고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는 끝없는 68세대의 도전의지에 감동했다며, "나도 그 열정적인 혁명현장에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고 말한다.
한겨레 신문 권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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