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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쉼보르스카 '두 번이란 없다'

by eunic 2005. 3. 3.

두 번이란 없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없이 태어나서
실습없이 죽는다.

인생의 학교에서는
꼴찌라 하더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같은 공부를 할 수 없다.

어떤 하루도 되풀이되지 않고
서로 닮은 두 밤(夜)도 없다.

같은 두 번의 입맞춤도 없고,
하나 같은 두 눈맞춤도 없다.

어제, 누군가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불렀을 때,

내겐 열린 창으로
던져진 장미처럼 느껴졌지만

오늘,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렸네

장미, 장미는 어떻게 보이지?
꽃인가? 혹 돌은 아닐까?

악의의 찬 시간, 너는 왜
쓸데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 - 흘러가야 해
흘러간 것은 - 아름다우니까

미소하며, 포옹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방울의
영롱한 물처럼 서로 다르더라도.


(이해경님 번역)

쉼보르스카 (1923~) 폴란드 시인.


시가 생각나는 날이다.

뜬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책을 찾아
지금 책방을 전전하고 있다.
소규모의 책방은 그래서 나의 발길을 끊게 만든다.
과거 책방집 딸이라 애정은 많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