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선생께서 쓴 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시비(是非:옳고 그름)와 이해(利害:이익과 손해)가 있다.
여기에서 네 가지 방도가 생긴다.
가장 좋은 것은 옳으면서 이익이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옳지만 손해가 되는 일이다.
세번째는 그르면서 이익이 되는 일이며
가장 안좋은 것이 그르면서 이익도 되지 못하는 일이다.
옳지만 손해가 되는 일이
그르면서 이익이 되는 일보다 앞에 오는 것이 눈에 띤다.
지금도 이렇게 말하는게 당연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야 이익이 되는 일이 우선일 때도 많은 시대이다. 지금은.
나는 두번째와 세번째가 중 어느 것을 우위에 둘지 자신이 없다.
현실에서 두 가지 사이를 항상 오고가고 있고
이익보다 옳은 것은 당연히 우위라고 언제나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옳음이 이익보다 앞서는 것,
이것은 쏘시오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평균치 이상 많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덕목이다.
이익이 중요한 시대에 의리를 따지다보니
고민이 많고 피해의식이 많은 것도 어쩔 수 없다.
사례 하나.
쏘시오인 두 명이 있다. 편의상 A와 B로 부른다. 둘 다 여자다.
A는 유부남으로부터 사귀자는 제의를 받았다.
고민했지만 본인도 자신 없었고 주변에서는 다들 반대했다.
고민하던 A는 B에게 자문을 구하기로 한다.
B는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고
A가 보기엔 쿨한 연애를 즐기고 있는 듯 보였기에
뭔가 다른 대답-사귀어보라는-을 은근히
기대도 해보며 전화를 걸었다.
A는 경과 설명을 하고 너라면 어쩌겠냐고 B에게 질문했다.
B는
A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딱 잘라 안된다고 말했다.
흔히 이런 관계에 대는
통속적인 이유를 들어 반대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B의 설명을 이러했다.
자신의 즐거움이 중요하지만 그 즐거움이 다른 사람의 피해를 전제로 할 때
그 즐거움이 과연 옳은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경매로 부동산을 사면 싸게 살 수 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경매로 물건을 내놓았을 누군가의 피눈물이 얽혀 있기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다해도
그 방법을 택하진 않을 것이다.
투기에 속아 돈을 잃은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때문이다.
경매나 부동산 투기의 방법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도덕적 사회적으로 옳고그름의 기준을 댔을 때 당당할 수 있겠는가.
결혼한 사이가 아닌 연애하는 관계에서도 그렇다.
새 사람과 사귀려면 지금 사귀는 사람과의 관계를 정리한 이후에 시작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두 관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때문에, 두 사람 모두에게 올바른 행동이 아니기때문에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다른 이유가 아닌 새로운 사람때문에 이전 사람과의 관계를 끝내는 것도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기때문이다.
B의 사회학적인 답변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B는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였지만
사회적·도덕적 맥락에서의 책임을
진지하고 깊게 체화하고 있었다.
쉽게 할 수 없는 선택,
이해보다 시비를 가린
멋진 쏘시오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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