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이어서...
유배중인 다산 정약용을
실로 몇 년만에 큰 아들이 찾아옵니다.
큰 아들에게서 작은 아들의 소식도 듣습니다.
작은 아들을 염려하며 편지를 써서 큰 아들 편에 보낸 내용 중 일부입니다 .
(이 내용은 `뜬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책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들으니 너는 닭을 기른다고.
양계는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그러나 닭을 기르는 것에도 우아하고 비속한 것, 맑고 탁한 것의 구별이 있다.
농서를 숙독하여 좋은 방법을 시험하되, 혹은 색깔별로 구분해보기도 하고 혹은 횟대를 다르게 해 보기도 하여 닭이 살지고 윤기가 흐르며 번식하는 것이 다른 집보다 낫게 하고, 또한 시로 닭의 정경을 그려내어 사물로써 사물을 풀어 보내기도 하는 것, 이것이 독서한 사람의 양계다.
만약 이익만 생각하고 의리는 생각지 않는다든가, 기를 줄만 알지 운치는 몰라서 부지런히 골몰하여서 이웃 채마밭 노인과 밤낮 다투는 자라면, 이것은 서너 집 모여사는 시골의 못난 사내의 양계법이다.
너는 어떤 것을 하려는지 모르겠구나. 기왕 닭을 기른다면, 제자백가의 책에서 닭에 대한 학설들을 베껴 모으고 분류하여 육우의 다경이나 유혜풍의 연경처럼 계경으로 만든다면 이 또한 좋은 일일 것이다.
세속적인 일을 하면서 맑은 정취를 간직하는 것은 항상 이런 식으로 하여라."
양계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내는대도
어쩌면 이렇게 마음에 와서 닿는지.
정약용이야 비유가 아니라 아들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먹고살기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내용이다.
"기를 줄만 알지 운치는 몰라서..."
하는 부분이야 말로...
이 책-뜬 세상의 아름다움-은
정약용이 산수에서 유유자적하는 부분은
뭐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책 뒤 쪽으로 갈수록
담담하면서 정확하게 느껴지는
세상사 이치에 대한 기록이
심금을 울린다.
경향신문 임영주 기자의 블로그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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