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대들

눈물의 성분

by eunic 2005. 3. 2.

1년전 나는 교양수업으로 미생물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어느날 수업을 듣는데 '눈물의 성분'을 알아보는 실험을 하게 됐다.

조교선생님은 다른 실험기구들은 다 준비했으나

눈물은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각자의 조에서
눈물을 받아서 실험을 마치라고 했다.

그때 나는 우리과 선배와 한조였다.
그 선배, 나보고 눈물 좀 흘려보라고 주문한다.
나는 렌즈 낀 눈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안구건조증'이 심해 눈물을 잊고 산지 오래"라고 답했다.
그 선배, "여자가 말이야" 하면서 투덜댄다.

내가 이리저리 조원들중에 눈물을 제공할 자
누구인가 탐색하고 있는데 ,,,,,
곧 그 선배, 나를 다급하게 부른다.

"흐르지? 빨리 받아"
나는 그의 눈에서 나오는 눈물을 받으려 노력을 한다.
지름 1cm, 길이 3cm의 눈물받이 튜브를 그의 볼에 갖다대고는 타고 내려오는
눈물을 받으려 무진장 애썼다.

속으론 '내가 좋아하는 선배의 얼굴을 만지는 기회가 이렇게 떡하니 올 줄이야'
하는 변태같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때 나와 한 조원이었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눈물이 없는 여자들이어서
화장실에서 담배연기를 동원하며
눈물을 짜냈지만 결국 실패해 돌아왔다.
대신 책상앞에서 잠깐동안 슬픈 생각에 잠긴 남자들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이변을 연출했던 그날의 실험.
그때 그는 무엇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을까?
한번 묻고 싶었지만 난 말 한번 건네지 못한 채 졸업을 했다.

'그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혜신 닮은꼴 심리세계  (0) 2005.03.02
권복기 기자  (0) 2005.03.02
김남주 시인  (0) 2005.03.02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소'  (0) 2005.03.02
기형도의 '빈집'  (0) 2005.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