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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싸이와의 인터뷰 -김경숙 기자

by eunic 2005. 3. 2.


싸이(PSY)와의인터뷰

싸이(PSY)보다 열 배는 더 엑시터시한
박재상과의 색기발랄한 인터뷰.

ⓒBAZAAR 피처 에디터/김경숙(바자) PHOTOGRAPHED BY KIM HOSUN

보다 보다 저런 꼴통은 처음 본다
3년 전 싸이가 동대문에서 떼어온 싸구려 원단으로 만든 반짝이 민소매 셔츠를 입고 TV에 처음 나와서 “나, 완전히 새 됐어”를 부를 때만 해도, 그 개성 강한 못난이가 버클리 음대 출신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조차도, 나는 그저 패키지 희한한 오락 상품 하나 제대로 만들었네 싶었다.
그런데 어쭈, 곰이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앨범을 들어보니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라임을 엮는 재주가 장난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 입으로 “내가 원숭이들과 뭐가 다른가 여러분이 평가해봐”라고 큰소리 치기에 기대해봤는데, 그 이후 텔레비전의 이런저런 오락 프로그램에 나와 하는 짓거리는 영락없는 ‘원숭이’이었다.
혹시 ‘텔레비전에 나와서 바보짓 하는 녀석들은 죄다 원숭이다’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깨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오. 그냥 제가 원숭이가 된 거죠. 유학 시절 저도 TV로 그 뻔한 ‘헛 짓거리’ 보면서 욕 많이 했어요. 그런데 스물다섯이라는 적지도 않은 나이에 막상 데뷔해 보니 저를 알릴 방법이 없더라구요. 1집 음반이 실패하면 바로 음악 접기로 아버지하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당시엔 ‘원숭이’ 아니라 ‘회충’이라도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싸이는 좀 구경할 만한 원숭이였다.
지금 생각해봐도 상당히 상식 파괴적인 언행들을 많이 했는데, 그게 전략이라기보다는 곧 죽어도 거짓말은 못하는 체질 때문이었다.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나가 “어, 저는 제가 1위를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뻔뻔이가 어디 흔한가? 하긴 예전에 나이트 클럽에서 놀던 시절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 시절엔 무대에서 탄력 받으면 ‘앞구르기’도 했던 인간이다.
“앞구르기가 뭐 어때서요. 탄력 받으면 웨이터랑 옷 바꿔 입고 나와서 춤도 췄는데? 몸으로 하는 건 다 죽죠. 텀블링, 뭐 이런 건, 끝도 없이 했어요.”

정말 못 말리는 ‘꼴통’ 시절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싸이와 그의 친구들은 언제나 ‘U턴’을 하고 있었다.
“전화 오면 나이트로 움직이려고 계속 유턴을 하고 있었던 거죠.” 나이트 클럽에서도 싸이는 좀 특이한 ‘선수’였다.
“‘원나잇 스탠드’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도 찬성도 안 하지만, 제가 나이트에 가서 여자를 통해서 꼭 하고 싶은 게 있었다면 ‘원나잇 스탠드’보다는 원래 일찍 다니던 애들의 탈선을 조장하는 일이었어요. 사실 11시 반 귀가조 애들을 붙잡아서 1시 반까지 노는 게 재밌지, 어차피 집에 안 가는 애들은 나중에 봐도 거기 있거든요.”

하지만 그 정도 꼴통 짓거리는 사실 애들 장난에 불과하다.
가장 경천동지할 만한 일은 ‘쌈마이 딴따라’가 되겠다고 아버지가 물려주신 ‘금 밥그릇’을 차버린 일이다. 싸이는 나이트 클럽에 드나들면서 방종하게 살던 시절에 얻은 경험을 모티브로 삼고, 유학 시절에 단련한 독립성과 ‘깡’을 자산 삼아, 대한민국 ‘인수인계 문화’가 가져다줄 럭셔리하지만 뻔한 삶에서 과감하게 탈출했다.
그래도 그렇지. ‘상류’로 태어나고 자라 느닷없이 ‘삼류’를 지향하다니, 그게 어디 제 정신인가? “사람들이 자꾸 버클리, 버클리 얘기하는데 1학년 2학기 끝나고 돌아와서 결국 졸업을 안 할 거 같아요. 그럼 사실 저 고졸이거든요. 제 부모가 잘난 거지, 제가 잘난 건 아니란 생각을 항상 해요.” 싸이가 이런 말을 하면 진짜 B급 좌파들은 대번에 “보수 우파 신분에, 저 새끼 저거 쌈마이인 척하는 거다. 가짜다.”라고 쏘아붙일 법도 하다.
“어떤 면에서 우파가 더 쌈마이죠. 우파는 명예 유지나 체면 치레를 중시하니까 언제나 ‘뒷구녕’이 더 구리거든요. 제가 쌈마이라고 스스로를 얘기하는 이유는 모두가 쌈마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생각을 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쌈마이가 아니면 살기가 힘들어요. 고급스럽게 살기는 아주 척박한 나라죠. 그러니까 제 얘기는 씨, 나도 쌈마이고 너두 쌈마인데, 우리 거짓말 하지 말자, 뭐 이런 거죠. 다들 일류가 되고 싶어하고, 일류가 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냐가 인생의 관건인 것 같은데, 그게 쌈마이의 증거죠.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거.”


그래서 싸이가 사회 질서를 교란시킬 만한 굉장히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인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아주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인데, 싸이는 남존여비적 사고방식이 아주 강한, 전근대적인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뭐 자기 말로는 이 시대 마지막 보수주의자란다.
“제가 굉장히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남자가 손에 물을 묻혀서도 안 되고, 식은 밥을 먹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당연히 여자 고르는 기준도 굉장히 ‘빡’시다. “일단 나대는 여자 안 되구요, 가방 끈 긴 여자도 안 돼요. 인문계는 학사 이하, 예능은 석사 이하.
왜냐? 가방 끈 긴 여자들이 대체로 아둔하고 센스도 없는데, 잘난 척은 무지 하거든요. 저는 기본적으로 똘똘한 여자, 지혜로운 여자가 좋아요.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히 있다가 둘만 있을 때만 할 말은 하는 여자. 그밖에 밤늦게 싸돌아다니는 거, 발 넓은 거, 옷 못 입는 거, 그리고 느린 것도 안 돼요. 곰보다 여우가 좋은데, 여우인 게 티가 나면 싫어요. 내숭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내숭이 보이면 싫어요. 그게 똘똘하면 안 보이거든요. 모든 게 안 보여야 돼요. 다 갖추되….”

이쯤에서 뭐 이런 인간이 있나 싶어 “그게 놀 만큼 놀고 여자를 만나볼 만큼 만나본 남자들의 기준인가요?” 하고 쏘아붙였지만 싸이는 눈 하나 깜짝 안 했다.
“그게 다 달라요. 제 주변에 끝도 없이 놀았던 녀석들이 많은데, 아직도 ‘쭉쭉빵빵 골빈 애들’만 좋아하는 애들도 있고, 이쁘고 싸가지 없는 애만 좋아하는 애들도 있고. 그런데 제 기준에 이쁜 건 질려요. 귀여운 건 오래 가는 거 같고. 이쁜 여자가 방구 끼면 진짜 정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귀여운 여자가 방구 끼면 귀여워요. 저는 귀여운 걸 좋아하죠.”

여기까지 오면 나도 오기가 발동한다. 어떻게 해서든 이 방종한 도련님에게 상처를 주고 싶다는 생각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지만 나는 곧 그것이 임파서블한 미션임을 깨달았다.
“그럼 황수정은 안 되지만 싸이는 된다는 발상에 조금도 이의가 없겠네요? 이 부분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심기가 아주 불편한 모양이던데….”
“그건 페미니스트들이 무식해서 하는 소리인데, 일단 히로뽕과 대마는 죄질이 다르구요.(웃음) 남자가 룸살롱 가면 ‘접대’고 여자가 호스트바 가면 ‘망할 계집’이 되잖아요. 뭐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 윗대를 욕해야지. 그런데 저는 솔직히 그 시스템이 아주 좋아요.(웃음)”

이쯤 되면 인간의 도덕과 자기 자신의 부덕함을 비웃는 이 남자를 향해 ‘파스칼 만세! 장세니즘 만세! 몽테뉴 만세! 싸이 만세!’ 외쳐야 할 것 같은데, 아서라 싸이는 배운 사람들을 몹시 싫어한다.
“왜냐구요? 학문이란 자고로 어리석은 우민들에게 뭔가 쉽게 가르치기 위한 것인데, 지식인들은 잘난 척하려고 맨날 어려운 말만 하니까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라성 같은 대학에 가려면 공부만 잘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공부 말고는 거의 바보천치 수준이죠. 천한 말로 ‘X밥’이라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나밖에 모르고, 몸만 사려요. 그런 인간들이 높은 데서 큰소리치니까 이 나라가 요모양 요꼴이라구요.”
그래서 한때 싸이는 ‘고졸혁명’을 꿈꿨다. “우리 꼴통들은 일단 간접 경험을 안 믿어요. 책이나 남이 해주는 말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아요. 심지어 매뉴얼도 안 읽어요. 이것저것 눌러보면 되지 그 심난한 걸 뭐하러 읽어요. 책을 안 보니까 뭔가 납득이 안 되는 게 있으면 맨날 생각하고 고민하는 거죠. 그래도 저는 고졸 주제에 대학교나 기업체에 가서 강의도 하잖아요. 그 정도면 고졸혁명 아닌가?”

무정부주의적인 헛소리에 도가 튼 저 괴물은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열심히 닦달해서 평균적인 모범생만 생산해내기에 여념이 없는, 이 답답한 환경 속에서 말이다.
“아버지가 거의 방목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고등학교 때 삐딱선 탄답시고 담배를 피웠는데, 아버지가 야단치기는커녕 재떨이 갖다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피어라, 피우되 떳떳하게 펴라. 그런데 학교 가면 떳떳하게 필 수 없으니까 집에서만 펴라.’” 지금이야 많이 희석됐지만 1집 같은 경우 누구도 엄두 못 낼 꼴통 컨셉트가 많았던 것 같은데 그 역시 음악으로 망해도 돌아갈 곳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당차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요. 내 부자 부모를 부인할 마음은 없어요. 부족한 것 없이 나름대로 자유롭게 살았으니까 어쨌거나 감사할 따름이죠.”


그런데 그 꼴통이 많이 아팠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싸이는 호되게 몸살을 앓았다. 몸이 불덩어리다, 밤새 토했다, 식은땀을 질질 흘리더라며 매니저는 ‘인터뷰를 연기할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물었다. 어쩐지 싸이가 아프다는 사실이 좀 이상했지만, 거짓말이거나 엄살 같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3일 후에 싸이를 만났는데 얼굴은 뽀얗고 볼 살은 여전히 과도하게 탱탱해 보였다. “밴드를 결성했었거든요.월수금은 밴드연습 하고 화목토는 안무연습 하고 일요일은 제가 제작중인 신인그룹이 있어서 녹음을 했어요. 그렇게 석 달을 살았거든요. 그 전에는 콘서트하고, 또 콘서트 끝나면 퇴근 후에 계속 대학축제 돌아다니고….
방송 활동은 뜸했지만 작년이 가수생활 시작하고 제일 바빴거든요. 그러면서도 회사(방위산업체)에 지각 한 번 안 했어요. 뭐 니가 그렇지, 하는 소리 듣기 싫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 콘서트 끝나고 나니까 몸이 완전히 가더라구요.”
그런데 이상하지. 세 달 동안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못 자고 콘서트 장에서 2시간 반 동안 뛰었는데도 살은 절대로 안 빠진다. 빠지긴 빠졌다. 0.7kg. 물론 살을 빼려고 딱히 노력한 적도 없었다.
“여자가 스물다섯 넘어서, 세상 무서운 줄 알게 되는 나이가 되면, 다 저 같은 타입한테 오거든요. 어린애들이나 비, 권상우 뭐 이런 친구들 좋아하죠. 그런데 뭐하러 살을 빼요. 그것도 워낙 단단해서 빠지지도 않는 살을 억지로…”

살은 안 빠졌지만 콘서트는 상황리에 마쳤다. 1만2천명 좌석을 꽉 채우고도 좌석이 모자라 2장에 50만원이나 하는 암표가 나돌았다는 싸이의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지나치게 색기발랄해서 난폭할 정도였다.
“분위기 살벌했죠. 오늘밤 다 죽어보자는 분위기였으니까. 저 그날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빨간 스타킹에 원피스까지 입었다니까요.
물론 수익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저로서는 그 ‘순간’이 갖고 싶어서 한 거라,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어차피 수익금은 어딘가에 성금으로 내기로 했으니까 내 알 바 아니고….”
물론 ‘그 순간’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일단 가슴부터 벌렁거린다. 아주 심하게 쾌락적이니까. 싸이는 말했다. 아마 오르가슴의 한 10배쯤 될 거라고.
하지만 내가 ‘여자의 오르가슴은 모를 테고 사정하는 순간의 쾌락이라고 해봐야 몇 초 안 되지 않냐’고 물었을 때 싸이는 아주 느끼한 미소를 흘렸다.
“사정도 사정인데, 전 사정 직전을 좀더 좋아하거든요. 좀 이상해 가지고….
기미가 올 때, 조짐이 올 때 있잖아요. 전 조짐이 올 때를 더 좋아해요. 아 X됐다, 어? 아직 아닌데 하는 느낌.”

지난 3년 동안 싸이로 살면서 얻은 게 있다면 그건 ‘스타성’이었고, 잃은 게 있다면 그건 자유였다. 허공에 대고 “자유. 진짜 자유요. 심하게 자유요.”라고 나지이 외치며 싸이는 자신이 잃은 걸 오랫동안 곱씹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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