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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배종옥이 사랑한 배우

by eunic 2005. 3. 2.

배우가 사랑한 배우

배종옥편 <메릴 스트립>

배우는 위대한 노동자이자 당대의 예술가이며 대중의 환호를 먹고 사는 나르시시스트다.


위대한 노동자 같은 그녀

대학교 때 주말의 명화에서 소피의 선택을 본 이후 나는 며칠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배우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 라는 절대 기준 너머에 있는 메릴 스트립.
광대뼈가 튀어나온 긴 타원형 얼굴로 자가당착적이고 진정한 깊이를 연기해내는 이 '모나리자'가 예쁘고 존경스럽다.
<폴링 인 러브>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그랬다.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엉망으로 만들 각오로 연기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묘한 감동을 준다.

연기는 어차피 배우의 삶의 자세까지 보이는 작업.

<질투는 나의 것>에서 나는 '방황하는 여자'를 이해하기 위해 내 실제 삶에서 제일 먼저 목적의식을 없앴고, 담배와 술을 가까이 했다.

그러니 어느날 문득 '죽기 전에 한번은 이렇게 다 놓아버리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꽃보다 아름다워>의 씩씩한 이혼녀 '미옥'이를 연기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배종옥이라는 여자의 감정과 생활이 묻어나온다.

때로는 배우와 자아의 오버랩이 즐겁고 때로는 그래서 카메라가 두렵다.

그럴때면 할리우드의 거품같은 인기와 거리를 둔 채 위대한 노동자차럼 자신의 재능을 연마한 메릴 스트립을 생각한다.

"내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영화의 계약조건에 넣었다는 그녀의 당당한 모성애도 함께.

보그 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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