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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일본 '노숙자의 친구' 혼다 데쓰로 신부

by eunic 2005. 3. 2.

일본 '노숙자의 친구' 혼다 데쓰로 신부



[한겨레] 일본 오사카 가마가사키현에는 5만여 명의 노숙자들이 밀집해 있다. 2002년 700여 명의 노숙자가 사망하고, 변사자만 300여 명에 이르는 인간지옥이다. 변사자 가운데 노상에서 90명, 공원에서 45명, 쪽방에서 71명이 각각 죽었고, 백골로 발견된 주검도 37건이었다. 사망 원인별로는 병사자 176명, 자살자 52명, 아사자 18명, 동사자 19명이었고, 타살도 6건이었다. 삶이 가난과 굶주림, 질병과 죽음에 포위된 곳이다.
그곳에서 이들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이가 있다. 병든 이들의 위로가 되고, 버려진 주검을 수습한다. 이들의 머리를 깍아주며 이들의 하소연을 듣고, 주먹밥을 나눠주고, 일반인들의 공격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한다. 혼다 데스로 신부다. 15년째 그곳 2평짜리 쪽방에서 산다.

언론에는 그림자도 비치기를 꺼려한다는 그가 박노해 시인과 나눔문화, 나눔의집 초청으로 지난 26일 서울에 왔다. 나눔문화와 성공회서울대성당, 나눔의집에서 한국의 활동가와 종교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29일 돌아갔다.

관구장 내놓고 15년 쪽방생활
박노해·나눔의 집이 초청 방한
그는 일본 가톨릭에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프란치스코회 일본 관구장을 지냈다. 로마 교황청에서도 손꼽히는 성서학자였다. 그런 그가 1989년 관구장직을 내놓으면서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곳에서, 더 이상 작아질 수 없는 이들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일용직 노동자와 똑같이 인력시장에 나가 일거리를 찾아나서고, 일터에서 돌아와 대중탕에서 그들과 함께 목욕하고, 같은 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한때 그는 자신이 그들과 같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겉보기 뿐이었다. 그들이 느끼는 분노와 고통과 외로움을 그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그들에게 어떤 충고도 할 수가 없었다.


'노숙자는 노숙을 강요당한 사람들'
"사람들은 상대의 입장에 서면 상대의 생각과 바람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상대방의 입장에 설 수 없습니다. 이들의 입장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돕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뿐입니다. 이해한다는 뜻의 영어말 understand는 상대보다 낮은 자리에 선다는 뜻입니다. 낮은 자리에서 이들에게 배움을 청하고, 이들에게 연대를 보내는 게 올바른 태도입니다. "
혼다 신부는 같아지기를 포기했다. 그가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은 구직의 긴 줄 끝에 있는 다른 노숙자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일 뿐이었다. 이들과 연대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노숙자들을 지원하는 '고향의집' 직원이 됐고, '가마가사키 취업·생활보장제도의 실현을 위한 연락회(反失連)'를 조직했다. 고향의집 시설장, 반실련이 세운 '가마가사키 지원기구' 이사장직에도 올랐으나 곧 다 벗어버리고, 프런티어로 돌아갔다.

"우리는 결코 상대방의 입장에 설 수 없습니다"
사회는 노숙자들을 근로의욕을 포기한 게으른 자들이라고 비난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이들을 '이지메'한다. 그러나 화산의 용암이 약한 지각을 뚫고 터져나오듯이, 자본이 초래하는 불황은 가장 먼저 가진 것 없는 이들을 덮쳐, 이들을 거리로 내몬다. 자신의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기며, 이들을 핍박한다. 혼다 신부가 노숙자를 '노숙을 강요당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흘만 하면 좀처럼 빠져나가기 싫은 속편한 생활이 노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인보다 노숙자의 자살이 6배,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8배, 결핵으로 인한 사망이 44배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결코 이런 이야기를 하지 못할 겁니다."
그는 언제나 이들을 '선배 노숙자'로 깍듯이 예우한다. 경력만을 따져 그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참된 자유와 깨달음으로 이끄는 영적인 선배로 보는 것이다. 하느님은 더는 작아질 수 없는 사람들을 통해 이 세상에 오시고(마태 25장), 그들로 인해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는 기쁨을 누린다고 그는 믿는다.

그가 길을 나서면, 선배 노숙자들이 먼저 말을 건다. '혼다상, 오늘은 안색이 좋지 않네요. 무슨 일 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수고하세요'.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그들이 환하게 짓는 웃음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경이라고 한다.

"하느님은 성직자나 수도사를 통해 역사하지 않습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을 통해, 그들의 감성으로 모두를 해방시킵니다. 개인적인 기도와 묵상으로 해결하지 못한 고민을 저는 그들과 만났을 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은혜는 그들에게서 내게 왔습니다."
곽병찬 기자
chankb@hani.co.kr
2004-06-02 ⓒ 한겨레(http://www.hani.co.kr)


내가 주는 동전이, 내가 건 한통의 모금 전화가

누군가에게 당장의 먹고사는걱정을 덜어주기는 하겠지만,

그들 마음속의 불편함, 왠지 모를 쓸쓸함을 덜어주기엔부족한 것 같다.


진정으로 연대하기 위해 그들과 하나가 되리라는 상상으로

스스로 노숙의 삶을 택했지만

그것 역시 다른 노숙의 일을 빼앗는 결과를 낳고....
혼다 신부는 자기의 삶을 통해 각자의 위치에서

진정한 연대를 하는 법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은혜는,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 내게 왔다"는 말이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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