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제션에서 남자주인공은 "매력의 이면엔 혐오가 있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당신의 금발에 반해 당신을 좋아한다면
당신의 다른 부분에, 아님 그 매력의 부분이 사라졌을 때는
어떻게 될까?
나도 오로지 하나에 반하면 나머지가 안보이는 사람이라서
매번 그런 식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식으로 사람을 싫어한다.
최근에는 유시진의 폐쇄자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은발을 가진 남자를 보고 반해서 상사병을 앓고 있다.
여름이다. 덥다. 인간들이 문득 싫어진다.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연재하는 환경부 자연환경조사를 하다가 오늘은 압속산의 포유류를 다루게 돼 삵의 사진을 찾고 있었다.
삵을 찾았다.
기분이 더 나빠진다.
몬생긴 것만 아니라너무 무섭게 생긴데다 못되게 생겼다.
식물을 주제로 할 때희귀종 사진을 찾을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몬생겼다는 이유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이런 것들을 신은 만드셨을까?
이렇게 험악하게 생긴 것들을 하면서,,,
그러나 이것은 인간을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것임과 동시에
내가 인간을 보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속에서동물과 인간을 시각적으로만 판단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바퀴벌레가 나타나면,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의무심에 사로잡히는 것에서부터 아무튼 나는 세상의 피조물에 대해서 매력을 가지고 호의적으로 바라보는 게 몇개 없다.
그외엔 존재하는 것 자체도 가만히 못 놔두고무지 싫어한다.
그걸 정의감이라 포장한 채 살고 있다.
나에게 직접적인 게 아니라 하더라도 나는 시비를 걸고 바로잡아야 한다느니 떠든다.
거미형 인간에서 탈출하고자 헬스를 다니다가 도저히 뛰는게 재미없어서
그만두었지만 슬림한 몸에 대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높다.
내 앞을 지나가는 도둑고양이한테
"고양이가 참 늘씬하네"라고 말할 정도로 나는심각한상태에 있다.
내 동생은 그런 날 본 순간, 골목길이 떠나가라 웃더니
나의 모습이 다방을 들락거리며 차 나르는 언니들을 보는 아저씨 같다고 놀려댔다.
오늘도 또 동물에게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옆에 있는이 기자님한테 "삵 좀 보세요. 애 참 싸가지 없게 생겼어요"
그 말을 들은 이 기자님도 열심히 웃더니 "싸가지 없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어이없어 했다.
이 기자님은 수달 사진을 보더니 "겨울철에 신는 실내화 두짝 같다"고 표현한다.
반성해야지.
내 얼굴을 사랑하지 않아서 사진 찍기도 싫어하고,
카메라폰을 들고 다니면서 자기 얼굴을 찍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 깨달았다.
나 자신의 혐오에서 몬생긴 동물에 대한 혐오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혐오가 심하면 존재 자체를 없애고픈, 죽이고픈 감정에 휩싸이는 건 찰나라고.
그래 나를 사랑하자.
조만간, 집에 있는 웹캠으로 나를 보여줄 날이....
맨위부터 삵, 수달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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