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소년
어릴적 읽은 시칠리아 민화인 '물고기소년'은 인어공주에 버금가는 비극적인 결말로 나에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슬픈이야기다.
물을 너무 좋아해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물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어느날 시칠리아 왕국의 공주를 우연히 보고 사랑에 빠진다.
왕은 소년에게 공주를 얻으려면 바다위에 세워진 궁의 밑바닥에 갔다왔다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
평범한 인간은 못하지만 잠수를 몇시간이고 할 수 있는 소년은 바닷속을 들어간 뒤 한참 뒤에 바다밑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나와 증명해 보인다.
그러나 소년은 다시 바닷속으로 가야할 것 같다고 공주에게 말한다.
소년은 다시는 물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소년이 궁의 밑바닥을 내려가보니, 조금만 있으면 궁이 바닷속으로 무너져 내릴 상태였다.
소년은 공주와의 사랑 대신 공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바닷속 궁의 기둥을 붙잡아 궁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로 했다.
양자택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결론은 다 자신에게는 나쁠때 어떤 선택을 해야 될까?
한혜연의 만화에서 나온 동화.
어느 이름모를 왕국의 공주가 있었다.
공주는 자신을 돌봐주는 남자 노예를 사랑했고, 남자 노예 역시 공주를 사랑했다.
이 사실을 안 왕은 투우장의 한쪽 문에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다른 한쪽 문에는 며칠을 굶은 사자를 숨겨둔채 딸인 공주에게 선택을 하라고 했다.
투우장 한가운데에 서 있는 노예는 공주의 눈빛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공주는 몸종을 시켜 어느쪽 문 뒤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미리 알고 있었다.
공주는 그렇지만 선택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사자가 있는 문을 택한다면, 노예의 몸은 죽지만 사랑은 남아있을 수 있다.
아름다운 아가씨를 선택하면 그는 그 아가씨와 결혼할 것을 맹세하고 떠나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지만 사랑은 잃게 된다.
만약에 내가 그렇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만화속에서 공주가 어떤 문을 선택했을지는 보여주진 않는다.
나라면 주저없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는 문을 가리켰을 것이다.
눈에서 멀어졌다 해서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내 눈앞에서 맹세한다 해도 난 사랑의 최면에서 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노예도 알겠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이제 선택은 노예에게로 넘어간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목숨을 보전하겠느냐.
맹세를 거약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겠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은 노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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