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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닉의 산문

설렁탕집에 와서 피자를 찾는 사람인양

by eunic 2005. 3. 1.
어젠 이성을 잃을만큼 화나는 일이 있었다.
화가 난 순간 참을 수 없을만큼 내 모습이 흉하지만
그 화난 것을 주체하지 못해 뭐라고 던지고 부서져야 하는 순간은
꼭 거쳐야 수습이 되는.
한 10분쯤 수돗물을 내버리자 내 눈물 대신 나온 것 같아
"물아 미안하다 괜히 널 낭비했다"며 물을 끄고 나왔다.

나는 비정상의 세계에 살고 있다. 법은 없고, 이 세계의 고유한 룰이 곧 법칙이고 진리가 되는,,, 독재자의 세계.
독재자의 법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아주 친근한 얼굴이 다가와 '하느님을 믿는냐'고 물어본다.
보통 때는 무시하지만,
평소 전도를 하러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직업일까? 종교에 대한 신념일까?
너무 궁금했었기 때문에 오늘은 내가 물어보았다.
직업적으로 하세요?
그는 아니라고 회사 끝나고 가는 길에 전도하기 위해 나에게 말을 걸었다고 답했다.
다른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말에 나는 곧흥미를 잃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대화하기 그만하고 싶어서 "저는 불교를 믿고 있고, 교회도 다녀봤다"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그 사람, 더욱 열을 내며
내가 가장 반감을 가지고 있는 말을 내놓는다.
(어떤 사람은 반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셨고, 우리는 모두 죄인"이라는 요지의.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나는 이제 더이상 듣기 싫어서 "세상엔 믿을만한 다른 종교도 있고, 비종교인에게는 정말로 반감을 살 수 있는 말"이라고 대꾸했다.
그 사람.
"아니 왜요?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것은 사실인데."
"사실이 아니라 믿음이겠죠. 믿음을 진리인 양 포장하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그는 "언젠가는 하느님께 꼭 돌아오시길 바라겠다"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가진 종교에 대해선 아무런 배려도 하지 않은 그 사람.
내가 마지막이라도 찾아야 할 것은 '하나님'이라는 말에.
나는 정말 회사 일에 연속으로 세상엔 자기들 하나님 밖에 .... 자기네가 진리고 모두가 다 그것을 따라야 하나 하는 생각에 화가 번쩍 났다.
그에게 나는 "그 말은 정말 오만한 말이네요"하고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믿는 이 종교에 대해서 내가 믿지 않는다 해서
그들에게 강요받을 이유는 없다.
믿음이 지극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너무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는데...


내가 무슨 신을 믿을 것이냐 혹은 안 믿느냐는분식점 메뉴판에서

라면을 먹을 것이냐 떡볶이냐를 먹을 것이냐 처럼존중받아야만

하는 개인선택의 문제이다.

내가 설렁탕만 파는 가게에 와서 피자를 찾는 이상한 사람처럼

그들은 나를 대한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처음 물었다.
왜 하필 나에게 말을 걸었느냐고.
내가 만만해보이는지 뭐든 물어보면 잘 알려줄 것 같은지
참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길을 묻고,
도를 아십니까, 예수님을 믿어보시렵니까
라고 물었다.


내가 차마 묻지 못한 가장 깊은 의문은 그것이었다.

"내가 신이 꼭 필요할 만큼 불안해 보였나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은 너에게 필요한 것은 '종교'라고 말한다.

그건 내가 부드러운 직선이 아니고 '직선'일뿐이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직선은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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