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을 맞아 집에 갔다왔다.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언니는 내 머리에 충격을 주는 말을 했다.
"내년에 나랑 키카(내 여동생 별명)까지 외국에 나가면 너 혼자일텐데
어떻게 살래?"
여섯형제와 부대껴 산다는 것을 한번도 의식한 적 없던 것 같은데 새삼 그 인간들이 하나둘 바다 건너 날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언니가 걱정하는 것은 나의 너무나 부실한 직장 때문이었다.
나는 툭하면 때려치고 회사 나가기 싫어하는 좋은말로는 '자유로운 영혼' 흔한 말로는 '대책없는 인간'의 성향을 버리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살 만한 곳을 위해
그것도 아니라면 내 자유로운 영혼을 버리고 시스템속의 나사가 되어도 좋을 이상향의 직업을 찾고 있는 중에 있지만 아직도 묘연하다.
어찌하든 간에
언니한테 빌어먹고 살 방법과 내가 빌어먹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생은 확실시 됐는데
언니는 외국에 나갈 것인가가 아직 미지수다.
그래 결혼을 시키자
그런데 그 인간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현실속의 인간에겐 좀처럼 반하지 않는 나르시스트이다.
그리고 그녀가 결혼한다면
나는 혼자 빌어먹고 살아야 하잖아.
두려움이 커져간다.
군대갈 동생, 결혼한 첫째언니 외에 한국에 남아있는 것은 나뿐이라는 사실에....
아 머리 아파온다.
혼자가 될 준비를 해야하는데....
무섭다.
부모님이 자식들을 너무 많이 낳아서 생긴 부작용의 하나이다.
나같은 기생식물같은 자식에겐
형제라는 것은언제나 마르지 않는 우물같은 존재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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