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은 '여성'일까 '흑인' 일까? |
[한겨레 2004-05-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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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만일, 우리가 ‘유색’인종이라면 백인은 ‘무색’인종일까 흰색도 하나의 색깔이지만, 백인 중심의 인종 차별 사회에서 흰색은 유색이 아니라 인간 피부색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한국 여성이 미국에 가면 그녀는 여성이 아니다. 미국에서 여성은 (중산층 이성애자)백인 여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 여성은 여성이 아니라 아시안으로 간주된다. 모든 여성이 여성은 아니다. 남성이 인간을 대표하듯이, 백인이 여성을 대표한다. 흑인여성의 억압은 흑인문제로도 여성문제도로 해결되지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칼라 퍼플>의 원작자도 널리 알려졌으며, 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시인이며 페미니즘 이론가인 앨리스 워커에게 흑인이자 여성이라는 사실은 축복이자 자원이다. 그녀는, 백인 남성과 흑인 남성 모두에게 강간당해 왔으며 노동에 지친 검고 뚱뚱한 가난한 흑인 여성의 상처 난 몸은 피해와 낙인의 상징이 아니라 행위자의 ‘전사의 징표’라고 주장한다. ‘전사의 징표’(warrior marks)는 그녀가 출연한 아프리카 여성에 대한 폭력인, 음핵 절개(여성 성기 절단)에 관한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백인 ‘페미니즘’과 구별하여 ‘우머니즘(womanism)’이라 불리는 그녀의 유색 인종 페미니즘은, 백인 중심의 ‘자매애’와 남성 중심의 ‘흑인해방’을 모두 극복하려는 새로운 이론이다. 흑인 사회의 극심한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을 비판한 그녀는,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흑인 남성 인권운동가들로부터 흑인의 단결을 저해하는 분열주의자라고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백인여성 페미니즘
남성중심 흑인해방
둘다 거부하는 '우머니즘'
엘리스 워커 책 3권 앨리스 워커 페미니즘의 특징은, 여성성과 모성에 대한 긍정과 찬양 그리고 여성의 상황을 진단-설명하는 것을 넘어 치유하는 페미니즘이다.〈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와〈사랑의 힘〉에서 그녀는 가부장제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를 모녀 관계의 파괴 때문이라고 본다. 이제까지의 가부장적 모성은 남성-‘아들’의 시각에서 쓰여졌기 때문에, 여성의 출산 능력을 차별의 근거로 삼았다. 여성-‘딸’은 모성과 어머니 노동에 대해 다시 써야 하며, 이때 모성은 인류를 구원하는 생명과 평화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앨리스 워커는 남성과의 같음을 주장하는 ‘평등 페미니즘’ 보다 남성과의 차이를 주장하는 ‘차이 페미니즘’을 지향한다. 그녀는 그 동안 침묵 당하고 경멸받고 억압당한 어머니의 숨겨진 경험을 복원하지 않고는 대안적 세상을 꿈꿀 수 없다고 본다.
<현경과 앨리스의 신나는 연애〉는 미국 유니온신학대에 재직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정현경 교수와 앨리스 워커의 시와 사진, 에세이집이다. 사랑, 스트레스, 외로움, 평화, 고통, 환경운동 등에 관한 젊은 여성들을 위한 잠언들로, 여성의 삶을 사회 정치적 시각에서 해석하면서도 심리적 차원에서도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힘을 준다. 여성들은 이들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말라, 버림받은 자가 되어라”, “외로운 자유를 피해 구속하는 사랑으로 들어가면, 더 큰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희망은 하되, 상대방이 그것을 꼭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을 때 삶의 경이가 유지된다”. “언제나 출발하기게 가장 적당한 자리는 우리 자신의 자아와 더불어 시작되는 곳이다.” “떠나지 못하는 여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죽이고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떠나는 것, 이것의 생존의 기존 조건이다”
정희진/여성학 강사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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