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이면우 '작은 완성을 위한 고백'
술, 담배를 끊고 세상이 확 넓어졌다
그만큼 내가 작아진 게다
다른 세상과 통하는 쪽문을 닫고
눈에 띄게 하루가 길어졌다
이게 바로 고독의 힘일 게다
함께 껄껄대던 날들도 좋았다
그 때는 섞이지 못하면 뒤꼭지가 가려웠다
그러니 애초에 나는
훌륭한 사람으로 글러먹은 거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슬픔이 찾아왔다
내 어깨를 툭 치고 빙긋이 웃는다
그렇다 슬픔의 힘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한다
이제는 내가 꼭 해야 할 일만을 하기로 했다
노동과 목욕, 가끔 설겆이, 우는 애 얼르기,
좋은 책 쓰기, 쓰레기 적게 만들기, 사는 속도 줄이기, 작은 적선,
지금 나는 유산상속을 받은 듯 장래가 넉넉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작아져도 괜찮다
여름 황혼 하루살이보다 더 작아져도 괜찮다
그리되면 그 작은 에너지로도
언젠가 우주의 중심에 가 닿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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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찾아오지 않는다. 슬픔은 주변에 얼마든지 있지만 그것이 들어갈 만만한 곳은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슬픔이 들어갈 자리를 꽉 채운 것은 무엇인가? 컴퓨터, 텔레비전, 술, 담배, 쓰레기 많이 만들기, 사는 속도 늘리기, 아파트 평수 늘리기. 그래서 사람들은 점점 커진다. 세상은 확 좁아진다.
김기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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