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다림 :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는 동안 별 대수롭지 않은 늦어짐(약속 시간, 전화, 편지, 귀가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뇌의 소용돌이>
기다림은 하나의 주문(呪文)이다. 나는 움직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전화를 기다린다는 것은 이렇듯 하찮은, 무한히 고백하기조차도 어려운 금지 사항들로 짜여있다. 나는 방에서 나갈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전화를 걸 수도 (통화중이 되어서는 안 되므로) 없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화를 해오면 괴로워하고 (똑같은 이유로 해서), 외출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거의 미칠 지경이 된다. 그 자비로운 부름을, 어머니의 귀가를 놓칠까봐. 기다림 편에서 볼 때 이런 모든 여흥에의 초대는 시간의 낭비요, 고뇌의 불순물이다. 왜냐하면 순수한 상태에서의 기다림의 고뇌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전화가 손에 닿는 의자에 앉아 있기만을 바라기 때문이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현실적인 사람이 아니다. 젖먹이 아이에게서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나는 내 필요와 능력에 따라 그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 낸다" 그 사람은 내가 기다리는 거기에서, 내가 이미 그를 만들어낸 바로 거기에서 온다.그리하여 만약 그가 오지 않으면, 나는 그를 환각한다. 기다림은 정신착란이다.
전화가 또 울린다. 나는 전화가 울릴 때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이 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내게 전화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둘러 수화기를 든다. 조금만 노력을 해도 나는 그 사람의 목소리를 "알아보는"듯 하고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나 이내 나를 정신착란에서 깨어나게 한 그 훼방꾼에게 화를 내며 전화를 끊는다. 이렇듯 찻집을 들어서는 사람들도 그 윤곽이 조금이라도 비슷하기만 하면, 처음 순간에는 모두 그 사람으로 인지된다.
그리하여 사랑의 관계가 진정된 오랜 후에도, 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환각하는 습관을 못 버린다. 때로 전화가 늦어지면 여전히 괴로워하고, 또 누가 전화를 하든 간에 그 훼방꾼에게서 나는 내가 예전에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나는 절단된 다리에서 계속 아픔을 느끼는 불구자이다.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로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 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 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 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선비가 한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제 집 정원 창문 아래서 의자에 앉아 백일 밤을 기다리며 지새운다면, 그때 저는 선비님의 사람이 되겠어요." 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흔아홉번 째 된던 날 밤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팔에 끼고 그 곳을 떠났다.
<사랑의 우수(憂愁) : 우수 - 소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엇인가가 결핍되었다고 느끼는 사랑의 욕망의 미묘한 상태>
나는 당신을 욕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욕망은 세상 도처에 존재하나 사랑하는 상태에서의 욕망은 아주 특이한, 바로 우수라는 것이 된다)
".....당신을 잠시 본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어요.
내 혀는 부서지고, 내 살갗 밑으로는 어떤 미세한 불길이 스며들어 내 눈은 보지도 못하고, 내 귀는 윙윙거리며, 온통 땀으로 적셔진 내 몸은 갑작스런 전율에 사로잡혔어요. 나는 풀잎보다 더 파랗게 되어 곧 죽을 것만 같았어요." - 사포 -
이처럼 사랑의 우수 속에서는 무엇인가가 끝없이 사라진다. 마치 욕망이 이런 출혈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 사랑의 피로가 있다. 그것은 채워지지 않는 배고픔, 입을 크게 벌린 사랑, 또는 내 모든 자아가 대신 자리를 차지한 사랑의 대상에게로 끌려가며 이전되는 것. 우수란 아마도 나르시스적 리비도에서 대상 리비도로 넘어가는 그 기진맥진한 과정인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고대 암호같은 독백이 책 전체에 흐릅니다. 아마 다 읽으려면 시간 꽤 걸릴테지만.....그래도 ! 도전해볼 만 합니다.
바르트에 비견되는 크리스테바 책은 더 머리에 쥐가 납니다.
<사랑의 체험이란 이동되고 다시 시작되고 되풀이되면서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완전히 죽어버리지 않고 영원히 되살아나는 조 건이 되어 분석받는 자의 일생 한가운데 조용히 자리잡는 것이다>
<사랑이란 그 의미가 끊임없이 이동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있는 것이다>
<사랑의 실현은 언어활동의 실현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사랑이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지난 일이라 할 지라도 이러한 상처로부터 가능한 것이다>
<사랑이란 보이지 않는 사물들을 향한 영혼의 눈이다>
<이 네가지의 행위, 사랑, 기쁨, 무서움, 슬픔이 없는 인간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자들에게는 이것이 수치이고, 어떤 자들에게는 영광이다. 결국 사랑의 행위가 잘 정화되고 정돈되면 덕행의 왕관을 쓰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이 혼란해지면 난잡하고 타락이며 치욕이 된다>
<여자를 멀리하라고! 미친놈! 내게는 빵보다 공기보다 더 필요한 것이 여자라는 걸 모르나!(돈 후안)>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과 증오의 한 쌍>
<사랑하는 한 쌍은 법 밖에 있으며, 법이란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것이다>
<사랑이란 가장 이성적인 광기이며, 게다가 난폭하고 거칠며 격렬하다! 사랑은 가시처럼 상처를 낸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물론 열정 속에서, 고통 속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추억 속에 있는 어떤 이상과 닮은 것을 사람들은 사랑한다>
<사랑, 그것은 말해지는 것이다. 그것밖에는 없다>
으 ~..... 머리 아파.....프랑스 벨퐁 출판사가 펴낸 <사랑은 감기를 막아주는가>에 수록된 150개의 사랑에 대한 질문 중 몇 개를 뽑아 바르트와 크리스테바로 엉킨 두뇌를 식히면서 맺겠습니다.
<사랑을 죽이는 치명적인 요소들은 무엇인가 : 질투(26%) - 과도한 음주(24%) - 침묵(24%) - 위생관념 결여(23%) - 천박함(19%) -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 결여(16%) - 그의 사전엔 선물이란 단어가 없음(12%) - 죽어라 텔레비전만 봄(10%) - 소유욕(9%) - 몸무게(7%) - 상냥하면 어디가 덧나나(7%) - 성적인 자발성을 보이지 않음(5%) - 친구라면 사죽을 못 씀(5%) -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기념일의 망각(4%)>
<키스를 자주 하면 날씬해지는가 : 친구들 사이에 빰에 주고 받는 간단한 키스는 단지 12개의 근육만을 움직이게 한다. 반면 영국인들이 호들갑스럽게 ?프렌치 키스?라 이름붙인 깊은 키스는 29개 근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한 번에 12칼로리를 소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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