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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이자벨 위페르의 수상소감

by eunic 2005. 3. 14.

<아들의 방>이 일찌감치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떠오른 것과 달리 심사위원대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3개부문을 휩쓴 <피아노 선생님>은 다소 의외다.

독일 뮌헨 태생인 오스트리아 감독 미하엘 하네케의 이번 영화는 상영 직후 주연을 맡은 이자벨 위페르에게 여우주연상이 갈 게 확실하다는 평이 돌았지만 상을 3개씩 받으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올해 영화제 상영작을 통틀어 가장 충격적인 작품으로 꼽힐 만한

<피아노 선생님>는 일반인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성적 행동을 하는 여자가 주인공이다. 비엔나의 음악학교 피아노 선생님인 그녀는 도도하고 이지적이며 우아하지만 성적 흥분을 찾는 방법은 특이하다.

여자는 포르노숍에서 남자의 정액냄새를 맡고 카섹스를 하는 광경을 몰래 쳐다보며 그

자리에서 소변을 본다.

심지어 성기를 면도칼로 그어 피흘리는 데서 오르가슴을 느낀다.

영화는 전반부에서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관찰한 뒤 그녀를 흠모하던 남학생을 등장시켜 난폭하고도 슬픈 사랑을 보여준다.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자벨 위페르는 수상식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떤 영화들은 당신을 두렵게 만든다.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것처럼.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영화들은 당신에게 모든 것을 준다.”

그녀의 말은 <피아노 선생님>의 핵심을 꿰뚫는다.

이 영화는 때로 무섭고 섬뜩하지만 미친 사랑 속에 평범한 연애에서 발견할 수 없는

진실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