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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책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

by eunic 2005. 2. 24.

이타적 인간의 출현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

근대 경제학은 매마름의 세계다.
경제학이 가정하는 인간은 '합리적 경제인'인데, 그 '합리'란 자신의 이익은 최대로 늘리고 손해는 최소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행위가 타인의 손해를 최대로 늘리고 이익은 최소로 줄이더라도 그 행위는 바람직하거나 최소한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행위들이 모여 종국에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조화를 통해 사회의 이익을 최대화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경제인은 말하자면, 이기적 인간이다.
그런데 그 이기적 행위는 자주 근시안적 행위로, 나아가 자기파괴적 행위로 귀결되기도 한다. 합리적 인간이 불합리한 인간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경제학자 최정규씨가 쓴 <이타적 인간의 출현>은 경제학을 지배해온 '이기적인 합리적 개인' 가설을 '게임 이론'의 분석을 통해 반박하고 '이타적 개인'의 이론을 구축해보려는 시도다. '게임 이론'으로 포괄되는 여러 이론들을 하나씩 검토한 뒤 '이타적 인간'이 왜 출현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이를 통해 현실에서 널리 존재하는 이타적 인간들의 이타적 행위를 경제행위의 불가결한 요소로 편입시키고자 한다.
지은이는 먼저 '이기적인 합리적 인간'을 전형적 모델로 삼고 있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죄수의 딜레마' 모형은 다음과 같다. 두 명의 죄수가 따로 신문을 받고 있는데, 둘 다 범죄를 끝까지 부인하면, (다른 사소한 범죄 대가로) 1년씩의 형을 받는다. 반면 한쪽이 자백을 하고 다른 한쪽이 부인하면, 자백한 쪽은 바로 석방되고, 다른 쪽은 7년형의 가중처벌을 받는다. 만약 둘 다 자백하면, 5년씩의 형을 받는다.
이 경우, 두 죄수가 합리적으로 행위하는 사람이라면, 둘 다 자백을 택하게 되고, 그 결과로 최악의 상황(두 사람의 형량을 합쳐 10년)에 처하게 된다. 자기 처지에서 합리적인 행위가 전체로 보면 가장 불합리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유지의 비극'로 다시 설명할 수 있다. 공동 목축장에 저마다 무제한으로 소를 방목함으로써 불모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구라는 생태계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모든 나라들이 지구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절제를 약속하더라도 어느 한 나라가 그것을 파기해버린다면, 다른 나라들도 약속을 파기하고 생태계 파괴는 가속화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상황이 자주 나타난다.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이 책은 사회생물학과 진화심리학의 가설들을 동원해 이론적 공백을 메워보려 한다. 어떻게 인간은 '이타적 행위'를 하는가?
리처드 도킨스가 쓴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 차원에서 자기 자신과 동종의 유전자가 번식할 수 있도록 한 개체가 혈연관계에 있는 다른 개체를 돕는 '이타적 행위'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매트 리들리가 쓴 <이타적 유전자>는 '반복 호혜성' 가설을 내놓는다.
친족관계가 아니더라도 반복해서 서로 혜택을 베풀면 전체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지은이는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위하는 근거를 여러 다른 가설을 통해 설명해 들어간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집단선택'이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개체가 많은 집단일수록 생존율과 번식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이타적 행위자가 많은 집단이 살아남아 지배적 지위에 오른다.
그러나 집단 차원에서 이타성이 강하다 해도 이기적 개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이기적 개체가 지배적 힘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제도'의 구실이다.
제도의 뒷받침을 받는 이타적 인간은 이기적 인간으로만 구성된 사회가 필연적으로 봉착하게 될 '시장의 실패'를 방지하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경제학적 결론이다.

- 고명섭 기자 ( 2004-12-18 ) 한겨레 신문

머리말
1부 죄수의 딜레마를 넘어서
1장 팔이 굽어지지 않는데 밥을 어떻게 먹지?
무임승차와 선행의 갈림길 / 사람들은 왜 헌혈을 하는가?

2장 자백만이 살길이다!
죄수의 딜레마 / 게임의 조건

3장 돕지 않는 것이 남는 장사다
게임으로 보는 이타적 행동 / 돕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4장 스미스 요원의 경고
지구를 갉아먹는 바이러스, 인간 / '나 하나쯤이야'로 초래되는 비극 / 약속은 어기는 편이 낫다

5장 우리 마을에도 가로등을 달 수 있을까?
가로등이냐 소주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골목길은 영영 더러울 수밖에 없는가? / 결과는 시장의 실패

6장 암울한 이론, 따뜻한 현실
딜레마에서 빠져나온 사람들 / 희생과 헌신의 동물 사회

7장 유전자는 피보다 진하다
수수께끼의 첫 번째 열쇠, 혈연선택 가설 / 유전자를 나눈 뜨거운 사이 / 유전자의 눈으로 본 세상, 이기적 유전자 / 알고 보면 이기적인 꿀벌의 세계 /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아도 선행을 베푸는 당신

8장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수수께끼의 두 번째 열쇠, 반복 - 호혜성 가설 / 침팬지가 털을 다듬어주는 원칙 / 큰가시고기, 그 용감함의 비결 / 모두가 보험에 든 수렵채취부족 / 여전히 남아 있는 수수께끼 / 게임은 반복되어야 한다 / 죄수의 딜레마에서 루소의 사슴사냥으로 / 반복 - 호혜성 가설은 해답이 될 수 있는가?

9장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반복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 실험실로부터 날아온 보고서 / 다수가 참여하는 거래의 경우 / 예상을 뒤엎는 호크스의 발견 / 2% 부족한 반복 - 호혜성 가설

10장 앙갚음의 미학
반복과 보복의 관계 / 이타적인 보복도 있다 / 이익만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

11장 끼리끼리 노는군
수수께끼의 세 번째 열쇠, 유유상종 가설 / 선한 사람은 선한 사람과 만난다 / 유유상종에는 비용이 든다

12장 가격과 신뢰는 비례한다?
수수께끼의 네 번째 열쇠, 값비싼 신호 보내기 가설 / 가장 잘 달리는 영양이 가장 높이 뛴다 / 잘난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선행

13장 대화는 값싼 수다떨기에 불과한가?
수수께끼의 다섯 번째 열쇠, 의사소통 가설 / 의사소통으로 비극을 막을 수 있는가? / 백번의 메신저보다 한잔 술이 낫다

14장 뭉쳐야 산다!
수수께끼의 여섯 번째 열쇠, 집단선택 가설 / 이타적 인간이 사회의 경쟁력이다 / 속도의 비밀

15장 평화의 그물망으로 욕심을 가두다
소득이 평등할수록 이타적이 된가? / 강력한 평등주의 / 다다익선의 구조

16장 당신의 이웃은 누구인가?
수수께끼의 일곱 번째 열쇠, 공간구조 효과 / 누구로부터 배우는가? / 도넛 모양의 사회 / 국지화 효과 실험 / 이타적 행동의 진화를 위한 조건들

17장 새로운 여행의 시작

2부 이타적 인간, 세상을 가져라

18장 돈이냐 정의냐
얼마면 되겠어? / 빗나간 예측 / 정의로운 독재자들

19장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선할까?
문화별로 보는 호혜적 인간 / 정글에서의 최후통첩 게임

20장 호의에는 호의로
노동계약과 신뢰 게임 / 노동시장의 특수성 /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하여

맺음말_ 경제이론은 인간을 얼마나 설명해 주는가?

부록 : 게임이론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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