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내 나쁜 몸이 당신을 기억해
온몸이 그릇이 되어 찰랑대는 시간을 담고
껍데기로 앉아서 당신을 그리다가
조그만 부리로 껍데기를 깨다가
나는 정오가 되면 노랗게 부화하지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눈을 감아
감은 눈 속으로 현란하게 흘러가는 당신을
낚아! 채서!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 당신을 올려놓고 싶어
내가 깜박이면, 깜박이는 순간 당신은
나락으로 떨어지겠지?
내 이름을 길게 부르며 작아지겠지?
티끌만큼 당신이 작게 보이는 순간에도
내 이름은 긴 여운을 남기며
싱싱하게 파닥일 거야
나는 라벤더를 입에 물고
내 눈은 깜빡깜빡 당신을 부르고
내 기다란 속눈썹 위에는
당신의 발자국이 찍히고
박연준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창비시선 271
#
1980년생이란다.
만 스물일곱.
27년의 세월을 270년처럼 살았을까.
이 시집을
어린 남동생, 결이 곱고 말랑말랑한 아기 시인에게 바친다는 그 여자가
곱다.
곱고 아프다.
바람구두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인데 ...
시도 넘 좋고, 올린 사람의 댓글까지 예뻐서 다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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