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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

미소년에게 사랑을 가르친 죄

by eunic 2005. 12. 7.

미소년에게 사랑을 가르친 죄

이제 우리 사회의 미소년 애호는 단지 '보는 즐거움'으로 족하지 않게 됐다. 나이 든 여자와 젊은 남자의 짝짓기 신드롬에 대하여.

피처 에디터/ 김경 <바자>

옛날 옛적에, 그러니까 19세기 초반 프랑스에 나이 든 여자들만 골라 사랑하는 드메라는 청년이 있었다. 그의 사랑은 언제나 열정적이었지만 사회적 관습에 부딪혀 언제나 보답받지 못했다. 어느날 청년이 천재적인 지성과 마성에 가까운 매력으로 수많은 남성들을 사로잡았던 여류 작가 조르주 상드(쇼팽의 연상의 여인으로 유명한 그녀의 별명은 '쇼팽을 말려 죽인 늙은 암여우'였다)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사랑이 어디에 있기에 나에게 이토록 멀기만 한 겁니까?"
그녀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무심하게 "혹시 우물 속에 있을지 모르지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드메는 사랑을 찾기 위해 당장 우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게 드메라는 청년은 금지된 사랑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을 향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던졌고, 사람들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연상의 여인과 연하의 남자가 사랑하는 것을 '드메 커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요즘 드메의 우물 투신사를 연상케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빠진 연상-연하 커플이 부쩍 눈에 띈다. 황신혜, 안재욱 커플처럼 다섯 살 차이라면 귀엽게 봐주겠지만, 10살 차이는 기본인 데다가 성숙한 여성의 상대가 10대의 미성년이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영화 <녹색의자>의 30대 여자는 17세 소년과 사랑했다는 이유로 사회봉사를 명령받고, 한창 촬영중인 정지우 감독의 신작 <사랑니>에서 김정은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8살 제자에게 서서히 빠져든다 반면 안방극장에서는 29세 전업주부 박선영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정신연령이 18세로 퇴행한 뒤 고교생 '눈'(이중문)의 순수한 연모의 대상이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이 방영되고 있다. 하지만 그 후속작 <러브홀릭>에 비하면 그저 애교스러운 수준. 영화 <아이다호>의 리버 피닉스처럼 기면증(충격을 받으면 잠에 빠져드는 증상)을 앓고 있는 여선생 김민선이 자신이 사랑하는 제자 강타(왜 하필 강타인지...)를 괴롭히는 학생을 실수로 살해하고, 강타가 김민선을 대신해 교토소에 들어가 복역을 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드메 신드롬의 포문을 연 작품은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였다. 30대 유부녀가 미성년과 섹스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간 가십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 작품에서 감독은 두 사람이 어떠헥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가 하는 심리적 무드보다 출감 후 두사람은 얼마나 더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게 되었는가 하는 섹스코드로 몰아간다.
그러면서 감독은 묻는다. "미성년과 섹스 한번 했다고 감옥에 보내는 일은 코미디 아닌가?"
설마 17세 소년이 여자와 섹스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픈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이니 '미성년 추행'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것 같고(남자들의 50% 이상이 첫경험을 중고등학교때 치른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의 섹슈얼리티나 그 어린 남자를 통해 성숙한 여자가 경험했을 열락의 세계에 대해 논하는 일이라면 좀 흥미가 있다.
영화 <이투마마>를 보면 알 수 있다. 17세 소년들의 섹슈얼리티는 그들이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존재들이고 그러면서도 미성숙하기 때문에 성숙한 여자가 침대 위에서 키스하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
남자들에겐 누구나 노련한 여자한테 복종하고 싶은 환상이 있고, 그런 환상은 여자의 모성애적 자비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소년들의 섹스는 생식이나 지배를 위한 진지한 것이 아니고 지극히 유희적인 것이다. 소년이 오직 사랑을 위한 순수한 존재일 수 있는 건, 래퍼 에미넴의 표현을 빌리자면 페니스는 짧아지고 고환이 커지기 직전까지일 뿐이다. 그리고 나면 책임과 권위의 족쇄에 갇히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그는 앞뒤 안 가리고 순수하게 사랑만 할 수 있는 열정적인 존재가 더 이상 아니다.
예를 들어 소설 <연상의 여인에 관한 찬양>에 나오는 어린 난봉꾼이 나이든 여자를 고실 때 즐겨 사용한 달콤한 유혹의 말을 들어보자.
"저 결심했어요. 오늘 당신에게 나와 사랑을 나누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면 그냥 다뉴브 강에 빠져죽겠다고 말이에요." "저를 탐해 달라는 것 이상으로 더 다정스러운 말도 있나요?" "내 사랑을 받아주신다면 이 아름다운 골동품 재떨이를 훔쳐서라도 들이겠습니다." ... 생각이 제대로 박힌 성인 남자는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근대 초기의 성 이론은 소년들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며 사랑에 대해 강박적이고 감정적으로 절제하지 못하는 여자들의 성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면에서 나이든 여성을 좋아하는 젊은 남자와 정신적으로 자유롭고 성숙한 중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