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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센다

도봉산 산행...

by eunic 2005. 6. 7.

긴 휴일을 맞이하여 도봉산을 두번째로 찾게 됐다..

잠시동안 앉아 있다 가려고 했기 때문에, 배낭엔 오이 하나 뿐이었다.

찢어진 청바지에 런닝화 차림...

추위를 이길 잠바,물 한병 없이 산을 찾은 나..

그러나 웬걸..

지하철에서 만난 할아버지와 함께 정상에까지 오르고야 말았다..

다락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은 바위가 가끔씩 장애물이 되긴 했지만..

산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상쾌하게 올라갈 수있었다..

산을 몇년만에 오른 나는,

처음 만난 할아버지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악으로, 깡으로 걷고 걸었다.

바위를 네발로 기어 오를때쯤..

어지러움이 찾아왔지만...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넘겼다..

포기를 참고, 오르니

산에 오른 자에게만 자연이선사하는

멋진 광경이 눈앞에 들어왔다.

산을 오르면서

가장 재미있던 구간은

바위를 쇠줄만을 타고 오르는 부분이었다.

오직 나만을 믿고,

내 몸의 온 조직이 한 몸이 되어 살금살금 거리면서 오르고 내려오고..

죽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에

아무런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던

놀이공원의 놀이기구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결국 Y자 계곡, 신선대에 올랐다..

내려가는 길은 해가 질 것 같아 초고속으로 내려왔다..

5시간동안의 산행동안 많은 생각들이 오갔다.

참을성 없고, 인내심 없고, 포기하길 잘했던 나에게

묵묵함, 끈질김을 경험하게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내가 또래 아이들과 달리..

재미있게 노는 법,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을

전혀 해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산에 오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씩 내 몸에 긴장을 풀어주고,

맘껏 놀고, 맘껏 마시고,

맘껏 맘대로 하게끔 해줘야 하는데..

뭐가 두려운지 항상 잡아둔다..

단정한 상태로만..

그래서 병이 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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