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마을] 어떤 결심 / 이해인
마음이 많이 아플 때
꼭 하루씩만 살기로 했다
몸이 많이 아플 때
꼭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떠올리며
어떤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 하기로 했다
고요히 나 자신만
들여다보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고 생각하니
저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걸어왔다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마음산책)에서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76년 종신서원을 했다.
필리핀 성 루이스대학 영문과, 서강대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시집으로 <민들레의 영토>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작은 기쁨> 등이 있다.
새싹문학상, 부산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의마을] 축, 생일 / 신해욱
이목구비는 대부분의 시간을 제멋대로 존재하다가
오늘은 나를 위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렇지만 나는 정돈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나는 내가 되어가고
나는 나를
좋아하고 싶어지지만
이런 어색한 시간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는 점점 갓 지은 밥 냄새에 미쳐간다.
내 삶은 나보다 오래 지속될 것만 같다.
-시집 <생물성>(문학과지성사)에서
1974년 춘천에서 태어났다.
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간결한 배치>가 있다.
[시인의마을] 그 네 / 문동만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시집 <그네>(창비)에서
1969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나는 작은 행복도 두렵다>가 있다.
‘일과 시’ 동인과 ‘리얼리스트 100’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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