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프>를 보게 된 계기는 TV채널을 돌리다가 박찬욱이 나와서 영화를 소개해 줬기 때문이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은 어느 간호사인 여성의 아들 이름이다.
간호사가 가프를 얻게 된 내막은 이렇다.
전쟁중에 부상당한 한 병사가 하루종일 발기만 하면서 죽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종군 간호사인 그녀는 남편이 필요없는, 아이만 필요한 자기의 욕망을 그 병사에게서 이뤄낸다.
죽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던 병사를 통해 임신에 성공한 것이다.
그런 진보적인(?) 가프의 엄마는 '성의 용의자'라는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여성운동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엄마의 후광 때문에 소설가로서 빛을 보지 못하는 가프는 엄마의 아들인게원망스럽게 느끼기도 하지만 엄마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가정의 고비도 이겨낸다.
영화는 가프의 이야기가 아니라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여성들을 모아 공동체를 이뤄살아가고, 그러다집회장에서남성우월주의자의 총을 맞고 죽어간 가프 엄마의 이야기다.
가프의 엄마가 꾸린 공동체에 사는 여성들중'앨런 제임스파' 라는 여성모임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그들은 남성과 닿지도 말하지도 않는다. 말하게 되더라도 수화로 한다. 수화로 하는 이유는 그들이 혀가 없기 때문이다.
앨런 제임스라는 소녀가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한 일이 있었고, 그 후 이 소녀는 강간에 대한 법정증언을 막기 위한 남성들에 의해서 혀가 잘리는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그를 기리는 여성운동의 한 파가 결성됐는데 '앨런제임스파'가 생겨나게 됐다.
앨런 제임스파에 가입하기 위해선통과의례로 혀를 잘라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화로 밖에대화할 수없는 것이다.
가프는 그런 여성들에게 "앨런 제임스 그 자신도 당신들이 혀를 잘라내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앨런 제임스는 불쌍하지만 당신들은 잔인하다"고 말한다.
그 발언으로 인해 가프 자신도여성운동을 하는 학교 여자동창에게 총격을 당한다.
모자간에 서로 다른 성별운동주의자에게 총격을 당한다.
극단적인 앨런 제임스파부터 폭력남편의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에 모든 걸 용서하는 피해여성까지 다양한 여자들의 상처를 보듬는 어머니에게서 가프는 어머니에 대한 열등감도 극복하고 아빠없는 삶을 살게 한 어머니도 진정으로 존경하게 된다.
남편과 가정의 울타리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이상을 파격적으로 실천한 여성의 이야기는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내 결혼관에 상당한 영향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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