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품관

“우리 소설 3가지 함정에 빠졌다”

by eunic 2005. 3. 1.
“우리 소설 3가지 함정에 빠졌다”

문학평론가 김미현교수‘파라 21’서 비판


소설의 위기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점을 독자와 대중의 문화적 코드에 돌린뒤 우리 소설의 현주소를 점검한 흥미로운글이 나왔다. 계간 ‘파라 21’에 실린 문학평론가 김미현(이화여대)교수의 ‘소설을 생각한다-한국소설의 함정’이 그것.김교수는 현재의 베스트셀러들을 분석한 뒤 역으로 우리소설의 한



계를
▲경험의 강요 ▲감정의 범람 ▲계몽의 억압


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험, 감정, 계몽에 신물난 독자들이 각각 베르나르베르베르의 과학 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쿨한 연애 소설과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에 몰려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세가지 당대성에 대해 훨씬 더 깊게 고민해 뛰어난 문학적 성취를 이룬 우리 작품들이 있다며 각각 듀나, 배수아와 박범신을 꼽았다. 이에따라 김교수는 작가와 독자가 동시에 한국소설의 함정에 빠져있다며 작가들은 기존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독자들은 새로운 감각의 우리 소설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결론내린다.
한편 이번 비평은 우리소설과 외국소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을이분법적으로 분리해온 우리 문학지형에서 이제까지 본격 비평의대상에서 제외돼온 외국대중소설, 과학소설, 인터넷 소설을 비평의 영역으로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문학과 문학 비평의 탈권위화라는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베르베르 vs 듀나 한국 소설은 경험 문학이었다. 과거 경험,과거에 대한 회환, 혹은 과거를 잊었다는 죄책감의 문학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리얼리즘 문학에 대한 비판과 함께 독자들은 경험과 연륜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에 기초한 전문적인 글쓰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김교수는 지적했다.


이런 변화의 코드에 접속한 것이 베르베르. 현재 베스트셀러 1위인 그의 ‘나무’에는 시간여행, 복제인간, 로봇이 등장하고 천문학,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유전 공학 등과 연관된 정보와지식이 결합돼있다.
하지만 듀나 역시 베르베르처럼 과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직선적시간을 교란하고 역사와 허구의 착종관계 등을 날카롭게 다루고있다. 김교수는 듀나의 소설이 베르베르보다 훨씬 더 과학적이고덜 낭만적이라면서 베르베르가 과학자로 위장한 인문학자라면 듀나는 인문학자로 위장한 과학자에 가깝다고 풀이했다.


◈가오리 vs 배수아 한국인들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문학을 선호해왔다. 일상생활에서 배출구를 찾지못한 사람들이 뜨거운 문학을 통해 감정을 분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연애소설은 이성, 계몽, 합리성의 논리로 억압된 낭만과 감상을 복권시킨 뜨거운 장르였다.
하지만 이 역시 90년대부터 도전받기 시작했고, 대중들은 탈낭만적인,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연애 이야기를 원한다고 김교수는분석했다. 바로 ‘쿨’이다. 스테디셀러인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는 이런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다.
하지만 김교수는 ‘냉정과 열정사이’와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비교하면서 두 작품이 모두 주정주의와 감상주의를극복하려하지만 ‘냉정과 열정사이’는 형식만 쿨할 뿐 여전히감상적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비해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겉과속이 모두 쿨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귀여니 vs 박범신 우리소설의 마지막 함정은 무거움. 이는 우리사회가 발전, 진보, 합리성, 이성에 굶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 의무에서 권리로, 생산에서 소비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관심의 축이 이동하면서 계몽의 거부가 전방위로 확산되고있다. 이는 계몽의 억압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성장소설을 통해 명백히 드러났다.
바로 귀여니의 폭발적 인기다. 귀여니는 진지함과 강박에서 자유롭고, 미성숙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탈계몽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귀여니가 현상이라면 박범신의 ‘더러운 책상’은 이를 드러낸문학이라는 것이 김교수의 평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젊은 시절과 현재를 완전히 분리, 인과율적이고 변증법적인 성장을 거부한다.


최현미기자문화일보


'명품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인생에 필요한 감정만  (0) 2005.03.01
그의 머리엔 '섹스'. 그녀의 머리엔 '쇼핑'이 꽉  (0) 2005.03.01
언니 싸이에서 '낯설음'  (0) 2005.03.01
경향 신춘문예 박상륭 평론  (0) 2005.03.01
함민복의 '개'  (0) 2005.03.01